그 회의실엔 고객이 없었다. 대신…

by 진영규

학생 때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에서 HCI 소분과 활동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UX를 해오고 있습니다. UX를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UX는 제품 경쟁력의 핵심이다,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MBA 과정중 문득 깨달은 게 있습니다. MBA의 전공 과목들은 회계, 재무, 마케팅, 인사, 전략, 조직관리, 협상, SCM, MIS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디자인은 그중 마케팅의 하위 항목에서 잠깐 언급되는 수준이더군요. ‘아, 경영자는 디자인을 이런 위치로 인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니어 때는 그저 ‘고객관점으로 UX 디자인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니어가 되면서는 자연스럽게 사업성과나 수익성, 개발 효율, 운영 리스크 같은 공급자 관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게 성장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공급자 관점으로 볼 사람들은 조직 안에 이미 너무 많습니다. 현실을 외면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급자 시선이 넘쳐나는 조직 안에서 균형을 맞추려면, 우리는 더욱 고객을 바라봐야 합니다.

제프 베조스는 말했습니다.
“고객에게 집중하라. 그러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Focus on the customers, and everything else will fall into place.)

잭 웰치는 더 날카롭게 지적했죠.
“위계적인 조직은 CEO를 바라보느라 고객에게 엉덩이를 들이민다.” (Hierarchy is an organization with its face toward the CEO and its ass toward the customer.)

그래서 우리는 고객을 향해 얼굴을 두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조직의 위계보다, 내부의 시선보다, 고객의 니즈에 민감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가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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