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벌써 절반이 지나갑니다. 여름 방학을 2주 앞두고 교실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매일 술렁입니다. 지나온 시간만큼 아이들과 선생님은 서로에게 익숙해져 갑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점심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점심시간마다 아이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합니다. 조금씩 들려주는 아이들의 일상이 재미있어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대화에 참여합니다. 천일야화 속 왕처럼 아이들이 매일 들려주는 이야기에 젖어들어갑니다 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급식실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저의 원칙이 또다시 희미해져 갑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3월 아이들에게 안내한 규칙은 1년간 변함없이 유지됩니다. 아이들은 번호대로 줄을 서서 이동하고, 급식을 받고, 차례대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습니다.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밥을 먹고 각자 교실로 이동합니다. 해마다 이 원칙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회장 아이에게 이동을 맡기고 저는 줄 끝에서 따라가다 보니, 항상 뒤쪽 아이들과 매번 만나게 됩니다.
첫 시작은 다른 교실로 이동하던 중 귓가를 맴돈 작은 속삭임이었습니다.
-선생님, 저 어제 농구대회 준비하느라 팔이 너무 아파요.
평상시 개인적인 이야기는 잘하지 않던 아이가 줄 제일 끝에서 저에게 속삭입니다. 어느새 저보다 훌쩍 커버린 모습과 달리 자기 이야기를 작은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모습이 사뭇 귀엽습니다. "잘했다. 그래도 잠은 일찍 자야지."라고 저도 아이에게 속삭여줍니다.
어느 날은 밥을 먹다 말고 조용히 제 옆에서 자랑스럽게 소곤거립니다.
-선생님, 저 농구대회에서 MVP로 뽑혀서 이번 주 토요일에 상 받으러 가요.
씨익 웃으며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수저를 잠시 내려놓습니다. "우리 아가, 너무 잘했다."라는 말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으니, 뿌듯한 웃음이 아이의 얼굴 한가득 채워집니다.
이런 모습이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덧 제 주변에 앉은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점심시간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때론 속상한 일을, 때론 자랑스러운 일을, 때론 사소한 일을, 때론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서로 건네며 점심시간을 채워갑니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점심시간, 제 주위에 앉은 아이들이 작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6학년 1학기 정말 너무 빨리 간 것 같아.
-나도 그래. 진짜 눈 감았다 뜨니 벌써 끝이 나 있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에 오늘은 저도 동참해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도 이번 1학기는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아.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많아 그런가?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제 마음을 수줍게 고백해 봅니다. 마음을 드러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겁쟁이 선생님은 작은 목소리로 속마음을 전해봅니다.
1학기가 가고 여름방학이 오는 게 문득 아쉬워집니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따스한 마음과 예쁜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더없이 즐겁고 내일이 기대됩니다.
나에게 준 아이들의 빛나는 작은 선물들이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바래어 가는 것이 아쉬워 매일을 기록에 남기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흘러 이런 아이들의 마음이 그리워질 때면 제가 남긴 글 한 귀퉁이에서 반짝거리는 마음의 빛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