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의 기세가 서늘한 에어컨의 기운을 몰아내기 시작합니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립니다.
매시간 공책 정리를 시킬 때면 '사진은 우리의 모습을 남기지만, 글은 우리의 기억을 남긴다'라고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합니다. 학기 초 공책 한 줄 채우기 힘들어했던 우리 아이들이 이젠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술술 써내려 갑니다. 오늘은 아이들의 생각을 모아 칠판을 하나 가득 채워봅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름철 안전규칙을 찾아내는 시간입니다. 각자의 생각이 모여 우리 반의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29개의 생각이 모여 우리 반 여름 안전규칙이 만들어집니다. 항상 그랬듯 수업 마무리는 배운 내용 정리와 나의 다짐 쓰기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선생님이 무어라 설명하기도 전에 아이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봅니다.
-선생님, 설마 이거 29개 다 써야 해요?
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스물아홉 개 중 몇 가지 정도만 스스로 추려내 정리시킬 예정이었지만, 아이들의 애달픈 눈빛이 놀려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습니다. 선생님은 아무 대답 없이 아이들을 향해 빙그레 웃어 보입니다. 당황한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저를 설득해보려 합니다.
-에이, 설마 선생님이 그러시겠어?
-우리 선생님은 그러시지 않을 거야.
-맞아. 분명 저 중에서 몇 개만 골라 정리하라고 하시겠지.
-요즘 글을 많이 썼더니 팔이 너무 아픈데? 선생님은 분명 건강이 최고라고 하셨는데...
-우리 이거 충분히 다 외운 것 같은데. 그렇지 얘들아?
저에게 익숙해진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 설득의 기술도 많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 합니다. 황당하기도, 귀엽기도 한 아이들의 모습에 저도 선생님의 방식으로 문제를 내어봅니다.
-그럼 너희가 예쁜 짓을 하면 생각해 볼게. 학생으로 예쁜 짓은 뭘까?
아이들이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저도 아이들의 대답이 사뭇 궁금해집니다. 고민에 빠진 아이들 대신 회장, 부회장이 답해봅니다.
회장 아이는 책상 서랍에서 책을 꺼내 바른 자세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라는 선생님의 말이 이렇게 녹아들었나 봅니다.
부회장 아이는 손하트를 날리며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쳐댑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유행이 되어버린 사랑고백이 가장 예쁜 짓이라 생각하나 봅니다.
또 다른 부회장 아이는 구부정한 어깨를 펴고 책상을 정리한 후 반듯하게 앉아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이 가장 학생다운 모습이라 여겨졌나 보네요.
저마다의 생각으로 진지하게 표현한 예쁜 짓에 결국 참지 못한 웃음을 터뜨립니다. "좋아. 각자 10개씩 정리하고 마무리합시다"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환호성 칩니다. 만족스러운 미소로 또박또박 정리해 가는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보여주고 있는 지금 이 모습이 학생으로 가장 예쁜 모습이라는 걸 우리 아이들이 알고 있을까요? 소리 없이 마음으로 외쳐봅니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그 자체로 가장 예쁜단다. 항상 이 모습 그대로 예쁘게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