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우리 모두 꽃이죠?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뜨거운 햇살이 여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줍니다. 오늘은 1학기 마지막 행사로 졸업앨범 실내 촬영이 있는 날입니다.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원하는 포즈를 미리 준비해 옵니다. "선생님, 저 잘할 수 있어요."라고 말은 하지만, 막상 자기 차례가 되니 얼굴에 긴장이 가득합니다. 아기 오리가 엄마 오리를 따르듯 아이들은 사진사의 신호에 맞춰 촬영을 진행합니다.


오전 촬영은 증명사진과 개인프로필 사진부터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있는 1학년 사진은 졸업식 전 6학년 사진으로 모두 교체됩니다. 작년 1학년 담임교사였던 저는 생활기록부용 사진을 위해 칠판 앞에서 아이들을 촬영했습니다. 아직 학교생활에 익숙지 않던 1학년 병아리들은 웃으라는 선생님의 말에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도 5년 전 담임 선생님 앞에서 그렇게 어색하게 웃고 있었겠지요.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슬쩍 들여다보니 이젠 제법 의젓하게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어 보입니다. "선생님, 저 촬영 잘했어요."라고 씩 웃으며 만족스럽게 문을 열고 나오는 아이를 보니 대견함과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아이에게 '처음'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두렵기보다 설레기 시작하나 봅니다.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니 선생님 역할이 또 하나 줄어들었음이 느껴집니다.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부르는 '아가'라는 표현을 이제는 줄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개인 프로필 촬영이 마무리되고, 오후에는 모둠 촬영이 이어집니다. 도서실 밖 복도에서 조용히 기다려야 했던 오전 촬영과 달리 같은 교실에서 차례를 기다릴 수 있는 오후 촬영은 좀 더 숨통이 트입니다. 소곤소곤 이야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차례를 기다립니다.


촬영 며칠 전 열띤 토론 끝에 옷을 맞춰 입기로 결정한 조별 촬영은 모두가 흰 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진행합니다. 옷을 맞춰 입고 친구들과 함께 찍어서인지 아이들 얼굴이 한결 편안합니다. 방해되지 않게 모둠 사진을 제 핸드폰에도 살짝 담아봅니다.


촬영을 모두 끝낸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궁금해합니다. 핸드폰을 열어 아이에게 슬쩍 사진을 보여주니 아이는 동그란 눈으로 뚫어지게 자기 모습을 찾아봅니다. 그 모습에 자신의 사진이 궁금한 아이들이 너도나도 보여달라고 보챕니다. 소란스러워지는 상황에 저는 핸드폰을 치우고 "예쁜 짓 하면 교실에서 보여줄게."라고 상황을 정리합니다. 아이들은 얼굴 가득 아쉬움을 담은 채 풀 죽어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때 제 옆에 앉아있던 아이 하나가 뜬금없는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는 모두 다 꽃이라고 하셨죠?



'모두 다 꽃이야'는 가사가 예뻐 제가 매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동요입니다. 작년 1학년 조그마한 아기들과 고사리 손으로 율동하며 함께 했던 노래인데, 올해 우리 아이들도 걸걸한 목소리와 커다란 덩치로 곧잘 따라 하는 모습이 귀여워 영상으로 남겨두고 가끔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지요. 그런데 뜬금없이 왜 묻는 걸까요? 아이는 뒤이어 계속 질문을 이어갑니다.



-꽃은 모두 다 예쁜 거지요?


-그럼 우리 모두 예쁜 짓 하는 거네요.



혼자 묻고 혼자 답하는 아이의 말에 선생님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말없이 웃음만 흘립니다. 그러자 아이는 선생님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노래를 흥얼거린 아이는 아무 일도 없던 냥 다시 옆에 앉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노래를 가르칠 때 제가 항상 했던 말이 있습니다.


너희 모두는 각자 소중하고 귀한 꽃이라고.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귀하다고.


얼마 전 학생으로 예쁜 짓은 뭐냐고 묻는 질문에 아이가 답을 찾아냅니다. 우리는 그냥 존재 자체로 예쁜 거지요.


한 학기 동안 키만 훌쩍 큰 게 아니라 마음도 한 뼘씩 자라난 아이들의 모습이 이제는 완연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정답을 알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가사 그대로 꽃처럼 사랑스럽게 자라나기를 바라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dpa75iC6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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