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잠에 빠진 교실이 복도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발소리에 하나, 둘 조심스레 잠에서 깨어납니다. 10일간의 연휴를 마치고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6학년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연휴의 여파가 남아있습니다. 긴 추석 내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온 아이부터 몸은 학교에 있지만 정신은 여전히 집에 있는 아이까지 아직 일상으로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일상을 찾기 위해, 수업에 앞서 각자가 만들어낸 추석 연휴 이야기를 함께 나눠봅니다.
저는 추석 연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마흔 중반을 향해 가는 21년 차 교사도 엄마 앞에선 작은 일에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리지요. 엄마는 철 모르는 어린아이를 보듯 오래간만에 만난 딸의 일상을 물어봅니다.
-올해는 몇 학년 가르치고 있어? 힘들지는 않아?
-6학년 가르치고 있지만 괜찮아.
-6학년? TV에서 보니 요즘 6학년 애들은 크고 무섭다던데, 너 괜찮니?
엄마의 걱정 어린 표정에 '크고 무서운' 저희 반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TV를 통해 부모님께서 접하고 있는 요즘 학생들의 이야기가 엄마의 걱정거리를 잔뜩 늘려주고 있나 봅니다. 마흔을 훌쩍 넘은 엄마 딸이 아이들에게 더 크고 무서워 보이는 사람인데, 엄마 눈엔 여전히 제가 코 흘리고 다니는 아기인가 봅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얘들아, 선생님 부모님께서 선생님이 6학년 담임선생님인 걸 알고 너무 걱정하셨다.
-왜요?
-요즘 6학년 학생들이 '크고 무섭다고'. 선생님 괜찮냐고 계속 걱정하셨어.
선생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말도 안 돼요!"라고 웅성이며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선생님! 저희 진짜 크고 무서워요?
-우리가 크긴 하지만, 무서운 건 아니잖아요.
-선생님 그럴 땐 저희 귀엽다고 말씀하셨어야지요! 귀엽다고 하셨지요?
아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엄청난 모함이라도 들은 냥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쏟아냅니다. 필사적으로 자신들은 변호하는 모습이 우리 반 아이들답습니다. 가만히 있다 날벼락은 맞은 아이들은 입을 삐죽입니다.
-물론, 부모님께 말씀드렸지. 우리 반 아이들 올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부모님께서 걱정하신 대로 큰 친구들도 많지만, 그래서 선생님이 도움도 정말 많이 받는다고.
오늘도 서준이랑 태린이가 게시판 위쪽에 있는 앞정을 선생님 대신 꽂아줬잖아. 두 친구 없었으면 선생님이 한참 고생했을걸?
-게다가 마음도 큰 너희들이기에 선생님이랑 같이 책도 읽고 생각도 나눌 수 있잖아. 너희들과 올해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참 행복하단다. 학생들과 이렇게 많은 책과 생각을 공유한 건 올해가 처음이야.
선생님은 정말 너희들이 크고 귀여운 6학년이라서 너무 좋아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솔직한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아이들에게 제 마음을 한 자, 한 자 분명히 전해봅니다.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선생님 말이 진실인가 재어 보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예의 그 웃음을 되찾으며 다시 배시시 웃어 보입니다. 크고 무서운 아이들처럼 보이지만, 우리 아이들 마음속엔 여전히 사랑받길 원하는 작고 귀여운 모습이 숨어있었네요. 토끼 같이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끄집어내 남은 2학기도 '크고 귀여운' 우리 아이들과 잘 마무리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