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꽃처럼 사랑스러운 너희들이 되렴

10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공기가 가을이 도착했음을 알려줍니다. 학교를 둘러싼 나무들도 내년을 기다리며 붉게 물든 잎사귀를 몸에서 떨궈냅니다. 내일부터 10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가을 방학이라 불러도 될 만큼 긴 연휴입니다. 연휴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숙제를 하나 내어줍니다.



사랑스러운 6학년이 되어 돌아오기



말과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내뱉는 말 한마디, 매일 써 내려간 문장의 조각들은 결국 내 삶에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말과 글의 힘을 믿기에, 저는 올해 주문처럼 저 말을 아이들에게 되뇌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되어 돌아오라고.


오늘은 여기에 특별한 선물을 얹어보려 합니다. 긴 연휴 앞두고 소망을 담은 선생님의 주문이 좀 더 효과를 발휘하도록 마법을 부려봅니다. 마음을 사랑스러운 꽃에 담아보면 어떨까요?


저는 종종 교탁에 꽃을 놓아둡니다. 종류에 따라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아이들과 함께 계절을 느낄 수 있기에 교탁에 꽃을 올려두지요. 아이들은 교탁으로 와 꽃을 감상하고, 이름을 물어보고, 때론 향기를 받아갑니다. 이번 주는 소국 한 다발입니다. 교탁 위, 송이송이 꽃을 피워내는 소국 한 다발에 선생님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추석 선물로 나누어주려 합니다. 사랑스러운 꽃처럼 사랑스러운 너희들이 되라고.


수업을 마친 후, 짧은 가을 잠에 빠져들 교실을 위해 아이들은 교실을 구석구석 청소합니다. 그동안 선생님은 꽃을 작게 나누어 스무 개 이상의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냅니다. 가방을 정리하고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소국 한 다발을 건네봅니다.


꽃에 크게 관심이 없을 거란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교탁 앞으로 길게 줄을 서며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냥 꽃을 받아갑니다. 자기 손가락만 한 소국 한 다발에 설레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낯설게 느껴집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꽃을 좋아했었나요?


이전에 꽃을 좋아하는 몇몇 아이들에게 꽃을 잘라 귀 옆에 꽂아 준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다른 아이들이 웃는 것도 잠시, 내심 그 모습이 부러웠나 봅니다. 꽃을 받아간 한 아이가 귀 뒤로 꽃을 꽂아 봅니다. 그러고는 보란 듯이 동그란 눈을 반달처럼 접으며 선생님을 보고 배시시 웃어 보입니다.


작은 꽃 한 다발이 가져다준 티 없이 맑은 웃음이 싱그럽습니다.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동참해 봅니다. 꽃 한줄기를 귀 뒤에 꼽으며 같이 해 보자며 아이들에게 권해봅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귀 뒤로 예쁘게 꽃을 꼽고 서로를 보며 활짝 웃어 보입니다. 아이들의 말간 얼굴을 한 명, 한 명씩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귀 뒤로 꽃을 꽂은 아이, 양손으로 미니 꽃다발을 소중하게 쥐고 있는 아이, 입에 꽃을 물고 있는 아이까지 자신만의 포즈로 오늘의 시간을 남겨봅니다.


한 명씩 아이들을 사진에 담으며, 선생님은 꽃 보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이 모습 그대로 행복하게 연휴를 보내고 돌아오길 바라봅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오늘 찍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봅니다. 1학기 보다 훨씬 밝은 웃음으로 편안하게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미소가 선생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추석 선물로 그저 작은 꽃 한 송이를 전했을 뿐인데, 우리 아이들은 말간 미소로 저에게 더 큰 추석 선물을 선사했네요.


예쁜 내 아이들아, 고마워. 선생님도 사랑스럽게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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