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4일 알림장
오늘 3교시는 가정폭력예방교육입니다. 6년간 이어진 각종 예방교육에 아이들은 이제 주제만 던져줘도 배울 내용을 줄줄 읊어댑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선생님은 가르치려 하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곤 합니다.
먼저 '가정폭력예방'이라는 주제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내가 가정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고 있는지 자신들의 가정생활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때 촉새 같은 아이 하나가 말을 던집니다.
선생님, 가정폭력예방 교육은 저희 엄마가 제일 먼저 받아야 해요!
아이의 말에 반 전체에 웃음이 터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6학년쯤 되니 예상했던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 섞인 사랑 표현을 가정폭력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불만을 토해냅니다. 누군가는 자꾸 때리고 놀려대는 형과 언니가, 누군가는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 동생들이 가정폭력의 주범이라며 쉴 새 없이 피해 현황을 호소합니다.
입을 한시도 쉬지 않고 아이들은 피해 현장을 낱낱이 실토하며 본인들이야말로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며 울부짖습니다. 이래서는 성찰의 의미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잠시 멈춰보아야겠습니다.
-얘들아,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
먼지처럼 솟아오르던 혼란스러움이 겨우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자칭'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입을 삐죽 내민 채 고민에 빠져듭니다.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합니다. 결국 힌트를 하나 던져줍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우리가 매일 이야기하는 거 있잖아.
아! 눈치 빠른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예의요" 다 같이 입을 맞춰 답해봅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이, 학생과 학생이 서로의 선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친하다고 쉽게 넘나든 상대의 경계는 결국 오해의 틈을 만들어냅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빠와 엄마,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서로가 상대의 선을 존중해야 합니다. 내 배우자라고, 내 부모라고, 내 자녀라고, 내 형제자매라고 서로의 선을 넘는 순간 신뢰는 깨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가 서로를 지켜주겠지만, 끝없이 내리치는 망치질은 언젠가는 관계의 균열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장소와 공간을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예의'라는 걸 아이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2025년 12월 4일 알림장
서른넷. 가정폭력예방교육 나의 다짐 최소 1가지 이상 실천하기
가정에서도 다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도 사람이기에 너희들을 마음으로 품어주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렇기에 화도 예의 있게 내고, 짜증도 예의 있게 부리라고. 다만 나도 모르게 울컥해 짜증 내고 화를 내버렸다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꼭 정중하게 사과드리라고.
아이들은 자신이 저질렀던 숱한 가정폭력의 가해 현장을 되돌아보며 고개를 미약하게나마 끄덕여봅니다.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일아 찾아봅니다.
여전히 힘들 거라며 작게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나름 자신의 방법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글귀에서 고민이 느껴집니다.
내 주변을 바꾸기 위해서는 나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가정폭력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아이들이기에 최우선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겠지만, 그 안에서 본인도 가정의 구성원으로 동참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내 삶을 시작한 가정에서부터 배워간 예의가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자라 성인의 삶 속에서 자양분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