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클 Aug 29. 2024

[서평] 기만의 살의_미키 아키코

기만은 남을 속이는 것이고, 살의는 사람을 죽이려는 생각이다. 이야기는 살의에서 끝나지 않고 살인에 이른다.


1966년 이이치로 가문의 수장이자 가부장적 인물인 이이치로의 장례식을 마치고, 10인이 거실에 모인다. 이이치로의 아내 구와코, 큰며느리 지카코와 손자 요시오, 큰딸 사와코와 하루시게 내외와, 작은 딸 도코와 요헤이 부부, 보좌관 효도, 세무사 사쿠라와 가정부 스미에.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던 큰 딸 사와코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다. 잠시 후 손자 요시오가 초코렛을 먹고 죽은 것이 발견된다.


살인범은 데릴사위인 하루시게로 밝혀진다. 그는 부엌에 들어간 적이 있고, 초코렛 껍질이 자켓 주머니에서 발견되었고, 불륜녀와 걸어가는 뒷 모습이 찍힌 사진이 아내 사와코의 책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사형을 면하기 위해 절친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무기징역에 처한 그는 살해동기를 말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42년만에 가석방된 하루시게는 이이치로 저택을 지키는 유일한 인물인 처제 도코와 진범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편지를 주고 받는다. 둘은 원거리 동반자살을 하고 도코의 옆에는 범인을 밝힌 편지가 놓여있다. 과연 진범은 누구이며 왜 두 명을 살해했을까?


차분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정적이다. 형사들이 활약하거나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하루시게의 저항이 전혀 없다.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꼼짝없이 죄값을 치룰 뿐이다. 모든 증거가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는 석연치 않은 설정이 시시하다고 생각될 즈음 42년을 뛰어넘어 숨겨진 이야기가 진행된다. 비뚤어진 사랑, 가부장의 피해자들, 무죄를 믿어주는 친구, 그리고 복수가 숨겨진 이야기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가장한 복수를 치루며 이야기는 끝난다.  


자기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극단적인 연극이 필요했을지 의문이다. 그 연극이 성공해서 사랑을 쟁취했다해도 사람을 죽이고 나서 얻는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흥미진진한 이야기 흐름 끝에 다다른 결말이 씁쓸하다.


매력있는 책이다. 차분하게 읽다보면 어느새 몰입되어서 마지막 장에 도달한다.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요즘 엄청난 작가들의 수에 놀랄 뿐이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 저자의 다른 책도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서평] 소년이 온다_한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