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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클 Aug 27. 2024

[서평] 소년이 온다_한강

<채식주의자>의 몽환적이고 난해했던 설정에 비해, 이 책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 두꺼운 책도 아닌데 호흡을 멈추며 읽는다. 군인 대통령이 죽고 군인이 계엄령으로 전국을 공포에 떨게한 시대에 온몸으로 그 공포를 막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읽기 쉽지 않다. 그저 어린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훈련은 커녕 총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시민을 향해 무차별 사살하는 군인들에 대항하고 방어하기 위해 나섰을 뿐이다. 학살로 죽어간 사람들의 시체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체포한 사람들에 대한 고문이 어떻게 자행되었는지, 그것이 여성일 경우에 더욱 잔인한 아픔이 읽기를 멈추게 한다. 고문 당한 후 풀려나서도 트라우마에 제대로된 인생을 살지 못하고 환자처럼, 폐인처럼 살거나 자살하는 이들의 삶이 비통하다. 


누구를 위한 국가이고 군대인지 질문한다. 죽은 이들을 위해 태극기로 덮어주고 애국가를 부르지만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다. 총살당한 시민들의 시체를 지켰던 중3 동호, 대학 1학년 진수, 수피아 여고 3학년 은숙, 양장점 미싱사 선주, 그리고 동호의 집에 세들어 살던 정대와 정미 남매의 이야기가 시점을 바꾸어가며 이어진다. 1980년 5.18 이전에는 평범하기만 했던 개인들의 삶이 비교되어 더 안타깝다. 


죽은 자들의 이야기도 비통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현실은 지옥보다 더하다. 고문의 후유증과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은 술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밤으로 이어지고,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20대 청년인데도 정상적인 직업을 갖기 어렵다. 이 중에서 미싱사 선주의 이야기는 이중의 고통으로 가슴아프다. 하루 15시간 잠들지 않게 하는 '타이밍'을 먹어가며 일을 하고도 남자의 절반밖에 안되는 월급을 받는 17세의 여공. 한달에 이틀을 쉬므로 10대의 몸이지만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 이렇게 부당한 점을 개선시켜 달라고 청계피복노동운동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탄압과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이 불가한 상황이다. 게다가 광주에서 정미의 죽음을 사진으로보고 총을 들고 싸우려했던 선주는 결국 체포되어 고문으로 하혈을 지속해야했다. 간신히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트라우마는 그녀와 평생 함께 간다. 


마지막 장 동호 엄마의 이야기와 작가의 에필로그는 눈물로 읽는다. 자식이 죽어도 밥을 먹는 자신을 나무라고, 슬픔과 한을 속으로 삭이는 삶이 끝까지 간다. 할머니가 되어버린 동호의 엄마는 아들의 어릴 때부터 사건이 있었던 날 밤과 그 후의 일들을 덤덤히 말하지만, 읽으면서 눈물이 복받친다.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실제로 만나본 동호 형의 진술은 실화라 더욱 먹먹하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211)." 


광주에 가면 전남대 5.18 연구소와 상무지구의 5.18문화재단을 둘러 보아야겠다. 1980년 5월에 일어난 일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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