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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앵 Jun 16. 2022

문화살롱에의 동경

그래서 제주지앵

지금처럼 음악 공연장이 거의 없던 시절, 음악가들과 음악 애호가들이 누군가의 집에 모여 작음 음악회를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하우스 음악회라는 걸 내가 처음 접했던 건, 딸아이가 어렸을 때 아이의 피아노선생님을 통해서였다. 그 선생님은 유난히 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이었다.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 해서 다 그렇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 분은 음악 애호가인 내게도 많은 영향을 주셨다. 


아이가 피아노를 배운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하우스 음악회'라는 데 참여했다. 선생님의 학생들 중 한 명의 집에 모여서 아이들이 그간 갈고 닦은 피아노연주를 하는 작은 행사였는데 하우스 음악회라는 타이틀 자체가 내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린시절 피아노를 배우다 거의 강제로(?) 피아노를 접어야 했기에 늘 피아노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나는 아이의 피아노 선생님에게 다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하우스 음악회'에서 어린 아이들 틈에서 나도 연주를 하게 되었다. (무슨 배짱이었는지...ㅎ) 노영심 작곡의 경쾌한 곡 '학교 가는 길'과 쇼팽의 '마주르카'가 내가 친 곡이었는데 엄청난 연습을 했음에도 정작 연주회때는 중간에 여러번 멈칫 멈칫... 머릿속이 하얘지고 눈앞이 노래지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부들부들 떨며 연주를 마치자 형편없는 연주에도 사람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딸아이는 7살이어서 그랬는지 전혀 떨지 않고 소나티네 한 곡을 연주해 냈고.


제주로 이사오면서 그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우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운 것들 중 하나였다. 하우스 음악회를 더이상 못 하는 것도. 꼭 음악만이 아니라 집에서 사람들이 모여 예술과 문화를 나누는 건 항상 나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던 로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젠가 작은 문화공간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그 로망을 실현하고 싶다는 더 큰 로망까지 가지게 되었고. 


몇년 전 , 파리에 갔을 때 에펠탑이나 루브르, 몽생미셀, 모네의 정원 등 마음을 사로잡은 꿈결같은 장소들이 많았지만, 누군가 파리에서 어떤게 가장 좋았느냐고 물으면 나는 '파리의 뒷골목'이라고 대답한다. 패키지 여행의 일정을 마친 어느날 밤, 남편과 다른 일행 두 분과 무작정 파리 거리를 걷다 우연히 뒷골목에 접어들게 되었다. 파리 사람들의 일상이 묻어있는 곳. 펍과 작은 초콜릿 가게, 그리고 즐비한 노천 카페. 오밀조밀한 그 골목이 난 왜 그렇게 좋았을까? 화려하지 않고 테이블마저 조그만 노천카페에 앉아있노라니 그곳을 스쳐갔을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처럼 헤밍웨이나 드가가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친 하루를 쉬어갔을 공간, 파리지앵들이 모여 저마다의 삶과 철학을 나누었을 지적인 공간. 그날 이후로 나는 그런 공간을 항상 꿈꾸어왔다. 우연히 지어진 제주지앵이라는 내 닉네임엔 그런 나의 바람과 로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주의 중산간에 살면서 나는 마음속의 로망을 조금씩 조금씩 실현내가기 시작했다. '제주지앵의 문화살롱'이라는 이름으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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