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스승님이자 가장 가까운 이웃인 김재용 작가님(이름만 들으면 남자분 같지만, 우아하고 다정한 여자분이다)의 책 <엄마의 주례사> 개정판이 나오고 나서 어쩌다 보니 우리 집에서 작가님 책의 북토크를 준비하고 있었다.
늘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시는 작가님의, 북토크와 내가 하고 싶던 음악살롱을 콜라보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그 시작이었다. 음악살롱은 음악을 감상하면서 음악에 대한 다양할 활동을 함께 해보는 프로그램인데 작년부터 기획만 수개월 째이고 언제 시작할지 기약이 없는 상태였다.
북토크와 음악살롱이라니...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렜다. 열흘 정도 5명의 운영진과 준비를 하면서 물론 힘이 들었다. 음악북토크라는 걸 그 어디에서도 가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고질병인 위장병과 편두통이 내내 사라지질 않았다.
그날 사회를 맡은 '성장하며 소통하는 사람들' 카페의 리더인 시온이 님과 작가님과 두 번의 기획회의 끝에 나름 만족스런 기획안이 완성되었지만, 문제는 실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였다.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한 결혼 설명서이자 위로와 응원이 가득한 책인 <엄마의 주례사>의 내용에 맞게 결혼, 엄마와 딸, 부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선정하고 각각의 키워드에 맞는 음악을 북토크 중간중간에 틀어주는 콘셉트의 음악북토크. 음악을 틀어놓은 동안 사람들이 뻘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3분에서 길게는 5분이 되는 음악을 가만히 앉아서 세 번이나 들어야 하는 게 어색하진 않을까...
궁리 끝에 키워드에 맞는 문장들을 프린트해서 나눠주고 그 내용을 낭독한 후 바로 음악을 틀고 음악이 너무 늘어진다 싶으면 중간에서 살짝 볼륨을 줄이며 마무리하기로 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북토크의 내용 자체와는 별개로 집을 어떻게 공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키는가도 커다란 숙제였다. 원래는, 마당에서 의자를 가져다 놓고 북토크를 하고 집안에는 안 들어가면 되지~ 하며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북토크 시간인 저녁 7시에 마당에서 혼자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여러 가지 힘든 점이 눈에 보이면서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고 위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듯 속이 답답해져 갔다.
음악을 틀어야 하는데, 혼자서 즐길 때는 멀쩡하던 블루투스 스피커가 어찌나 허접하던지... 음악 소리가 웅웅 울리기만 하고 제대로 안 들렸고 뭣보다 8시쯤 어두워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마당이 너무 어두웠다. 나무를 비추는 조명들이 있어서 평소엔 어둡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북토크중에 책도 보고 프린트도 같이 봐야 하는 걸 감안하면 심하게 어두웠다. 그리고 옆집과 너무 붙어있어서 시끄러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고심 끝에 북토크를 거실에서 하기로 하고 나니 '큰일 났다'라는 생각부터 괜히 일을 벌였나 하는 생각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혼자서 식탁을 이리저리 옮겨 보고 온 집안 의자 수도 헤아려 보고 구상하다 보니 나름 괜찮은 구도가 나왔고 낮보다 저녁때 조명을 켜고 나면 아늑해 보여서 좋고 뭣보다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계획대로 준비만 하면 되니 운영진들과 의논해가며 하나하나 구체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기대와 걱정, 그리고 설렘이 혼재된 묘한 기분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준비기간을 보냈다.
북토크 전날, 작가님과 장소 세팅을 하고 간단한 다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