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들으며 -
시냇물 아닌 바다, 바흐.
여유로운 시간, 휴식같은 바흐의 CD를 듣다가 어디선가 보았던 문구가 떠오른다. 마음을 흔드는 말이다. Bach 는 독일어로 시냇물이라는 뜻인데, 베토벤이 ‘바흐는 시냇물이 아니라 바다(Meer)다’ 라고 했다고 한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도 그 바흐를 존경해 마지 않았던 베토벤도 너무 멋있자나...ㅜ
바흐는 바로크시대 사람이다. 요즘같은 피아노가 생겨나기 전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와 궁정악장을 지냈던, 지금으로 치면 공무원 같은 직업인이었던 바흐. 어떤 이는 그를 ‘음악노동자’로 칭하기도 한다. 두 명의 아내에게서 얻은 자식만 20명이었다니 그 대식구를 먹여 살리려 끊임없이 작곡에 몰두하던 생계형 음악인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음악의 아버지’로 모든 음악의 원형처럼 여겨지는 바흐는 정작 그 시대에는 지금같은 위치의 음악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음악의 어머니인 ‘헨델’이 당시의 슈퍼스타였다면 바흐는 변방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같은 존재였다고 하면 맞을까?
어느 기타리스트의 연주나, 대중 음악이나, 프랑스 음악이나 베토벤 슈베르트 같은 음악가들에게 빠져있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찾게 되는 바흐. 이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돌아가도 늘 같은 곳에서 두팔 벌려 반겨주는 인자한 아버지 같은 음악. 음악의 아버지란 칭호는 바흐에게 정말 찰떡이다.
바흐 음악 중에 ‘커피 칸타타’라는 노래가 있다. 주로 경건한 종교음악을 작곡하던 바흐에게 이런 작품도 있다는 게 처음엔 놀라웠다. 그 시절에 커피를 마셨다는 사실도 그렇고. 이 음악은 1732년 침머만 카페 하우스 오픈 기념 음악으로 작곡되었다고 한다. 당시 비싸고 귀한 음료였던 커피를 즐겨 마시는 딸을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에게 딸이 부르는 노래.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요즘으로 치면 커피없인 못살아~! 같은 광고송같은 음악. 그럼 이 음악은 최초의 PPL? 암튼, 경쾌하면서 내용도 재미있는 곡이다. 바흐는 카페로부터 얼마를 받고 이 노래를 작곡했을까? 교회음악 감독 시절에 만든 곡이라 하니 이건 알바였나? 암튼 대식구의 가장인 바흐가 얼마나 열심한 생활인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물론 음악에의 재능과 열정이 베이스로 깔려있었겠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바흐의 업적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해 냈던 한 가장이 평생 채워갔던 ‘과정’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런 바흐의 우직함을 배우고 싶다.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성실함이 그의 음악에도 고스란히 묻어나서, 그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자주 모로 치우치곤 하는 내 감정의 균형을 잡아주곤 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있는 음악이다. 오른손과 왼손의 조화, 인간과 신의 어울림, 꽉찬 우주의 균형. 바흐의 음악엔 그렇게 균형잡히고 논리적인 감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