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앵 Jun 18. 2023

피아노, 나는 10분씩 연습한다

나만의 피아노 연습법 1

베토벤 템페스트를 연습한 지 몇 달이 되어간다. 멜론이나 유튜브를 검색하면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연주를 비교하며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높아질 대로 높아진 귀와 나의 비루한 연주실력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들'처럼 치지는 못할지언정, 천천히라도 전곡 연주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은 그냥 '소망'으로 끝나버리기 일쑤다. 몇 달 전 우연한 기회에 파트타임 일을 시작한 이후로 늘 '시간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사니 피아노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내가 '전업주부'였고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땐 연습을 많이 했었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피아노 연습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시간이 있고 없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습관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는 출근 전에 3분씩 피아노 연습을 해요.

얼마 전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에서 한 청취자의 사연을 듣고는 '고작 3분?' '그거 해서 뭐 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3분을 매일 연습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끈기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루에 3분이면 일주일에 21분, 한 달이면 90분이다. 결코 많은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또, 바빠도 하루 3분을 꾸준히 치는 사람이 안 바쁜 날엔 훨씬 많은 시간을 피아노에 투자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루에 3분이라도 피아노 앞에 앉고 싶다는 피아노에 대한 깊은 애정일 거다. 


 그래, 한 시간 말고 10분씩 연습 시간을 쪼개보자.


하루에 한 시간씩 반드시 연습하리라는 굳은 각오는 작심 3일도 안 되어 끝나버린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어느 날, 한 시간 말고 10분씩 연습시간을 쪼개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후 지지부진하던 연습이 다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비교적 오래 지속되고 있다.


원칙은 간단하다.


1. 타이머를 10분에 맞춘다.

2. 10분간 피아노를 친다.

3. 타이머가 울리면 피아노 치기를 멈춘다.

4. 바쁜 날은 10분만 연습한다.

5. 바쁘지 않은 날은 10분씩 여러 번 연습한다.


10분씩 쪼개서 연습을 한 후로 거의 매일 연습을 하고 있고, 연습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줄었다. 정말 바쁜 날은 더 치고 싶어도 딱 10분만 치고 일어난다. 해야 할 일을 미룬 채 피아노에 빠져 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대신 약속이 없는 주말처럼 시간이 여유로울 땐, 10분씩 6번 정도 연습을 한다. 이건 부분 연습을 할 때 매우 효과적이니, 전체 분위기를 살려 연습할 땐 30분씩 타이머를 맞추기도 한다. 그래도 타이머 맞추기의 기본은 10분이다.




피아노 연습을 다시 시작하고 나서 속이 꽉 찬 단팥빵처럼 알차고 달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피아노를 놓지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때도 있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들어가고 실력이 늘어날 기미가 안 보일 땐,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자괴감마저 들기도 했다. 어릴 때 못 이룬 꿈을 부여잡고 질척거리는 것 같아 이제 그만 놓고 싶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희미해졌다. 5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가 주는 압박감이 현실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일들을 가지 치게 할 것 같지만, 내게 피아노는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생기지 않아도, 뭐가 되지 않아도, 혹여 평생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이 혼자 치더라도 나는 피아노가 좋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무언가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내가 애정하는 유튜버인 임정연 피아니스트는 그녀의 책 <피아노 시작하는 법>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속적으로 재미와 애정을 느끼고, 생각만 해도 설레고 행복한 무언가를 인생에서 하나라도 가진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 자기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자만이 그 무언가를 가질 수 있고, 그 무언가가 '피아노'인 사람을 만나는 일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다.'


내게는 그 무언가가 '피아노'일뿐이고 그 사실은 내가 피아노를 계속 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계속 '치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는 나만의 연습법을 개발 중이다. 여기 그걸 기록하기 시작했고 나는 앞으로 골방에서 혼자 피아노 연습을 하는 나의 모습을 조금씩 내 보이기로 결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