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동안 템페스트의 중간 8마디 정도 왼손의 멜로디만 칠 요량이다. 비슷한 듯 다르게 펼쳐지는 멜로디이다. 반주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연습하는 부분은 오른손의 주요 멜로디가 나오니 따로 들어도 밋밋하지 않다.
다시 10분을 맞추고 왼손 연습한 부분의 오른손 멜로디만 연습했다. 한음한음 또박또박. 양손연주의 부담에서 벗어나니, 그리고 오른손 멜로디의 명료함 덕분에 10분이 금세 지난다. 다시 10분을 맞추고 이번엔 오른손과 왼손을 같이 친다. 양손을 따로 연습해서인지 틀리는 횟수도 적고 오른손과 왼손의 멜로디가 명확하게 다가오면서 귀에서 소리가 더 풍성하게 울리는 느낌이다.
왼손만 따로 치다 보니 20대에 명동성당 합창단에서 활동하던 때가 떠오른다. 합창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떨리는 가슴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었다. 성가 한 개를 부르는 거였는데 어찌나 떨렸는지 모른다. 지금도 프로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반주자의 반주에 맞추어 겨우 한 곡을 불렀다. 고음불가지만 음악을 좋아해서 자주 들었으니 음치는 아니었던 나는 다행히 합격을 했다. 합격의 비결은 내가 소프라노가 아닌 '알토'에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20대 초반, 한참 놀기 좋아하는 나이였지만 나는 일주일 두 번의 합창단 연습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두 번의 큰 무대에도 섰다. (사실, 단원들과 놀기도 많이 놀았다. 술도...)
소프라노를 하고 싶었으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고음을 절대 낼 수었다는 이유로 알토에 지원했지만 알토 파트를 맡아 노래를 하면 할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건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고 알토 파트의 단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나지막한 음역대는 안정감이 있었고 알토 친구들과 따로 연습을 하다 보면 알토 자체의 멜로디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피아노의 왼손, 합창의 알토. 모두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독특함을 지닌 매력 있는 파트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고 그저 내 자리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사부작사부작하는 걸 좋아하는 나도 왼손, 알토와 많이 비슷하다.
왼손 10분, 오른손 10분, 양손 10분. 오늘은 이렇게 연습을 했다. 씻고 점심 먹고 출근을 하려면 오늘 연습은 이걸로 마쳐야 할 듯하다. 10분간 왼손을 연습하면서 왼손 선율의 매력에 빠지고 20여 년 전, 순수하게 음악활동을 했던 시절 속으로 시간여행도 하고왔다. 앞으로 왼손 연습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이제 다시는 (나와 닮은) 왼손을 무시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