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릴스가 있다. 주변 사람에게 ‘우울해서 빵을 샀다’고 말하고는 반응을 보는 것이다. 우울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서 우울한지를 물어오는 사람은 F성향, 빵을 왜 샀는지 몇 개 샀는지 등 빵에 초점이 맞춰지면 N성향인 것이다. 속상해서 빵을 샀다는 말을 듣고는 '빵을 왜 엄마 혼자 먹느냐'며 앙탈을 부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왜 속상하냐며 눈물짓는 아이도 있다. 내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당연히 상대방이 왜 슬펐는지가 먼저 궁금할 것 같다. INFP 유형 중 다른 유형들과 다르게 F만은 거의 순도 100프로인 것 같기도 하다.
5년 전 글쓰기를 통해 자기계발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해 왔던 활동이 있다. 바로 글쓰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책읽기 모임이다. 고전과 심리학 독서 모임을 3년간 이끌면서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친밀해졌다. 멤버들과 친구 되어가는 게 나를 살아있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 정도가 지나자 살짝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랄까. 그 때쯤 주변에서 그동안 경험이 많이 쌓였으니 유료 모임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해 왔다. 무료모임이며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지고 참여하는 사람이나 리더나 어느 순간 지칠 수 있으니 적은 액수라도 유료로 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동의했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수익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언젠간 이루고 싶은 바람이었지만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어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뒤로 하고 어느 날 용기를 내서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글쓰기 모임의 공지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100일 동안 글을 쓰는 인증 프로그램이었는데 워낙 호흡이 긴 모임이라 지원자가 많지 않을거란 생각으로 ‘1명만 오셔도 진행합니다.’라는 문구도 함께 남겼다. 예상과 달리 10명이 모였고 나를 포함한 11명이 100일 동안 글을 써서 비공개 카페에 올렸다. 처음엔 비용을 받았으니 최선을 다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열과 성을 다 했다. 그러다 한 달 정도 지나자 비용같은 건 생각나지 않았다. 매일 글을 올리고 서로의 글을 읽다 보니 그 멤버들에게 친밀감이 생기고 친구가 되어갔기 때문이다. 그 때부턴 좋아하는 일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100일쓰기의 과정이 이어졌고 글쓰기에 진심이 사람들이 모였으니 시너지도 엄청났다. 11명 중 9명이 100일 쓰기 완주에 성공했고, 우리가 쓴 글들을 모아 문집을 냈다. 그 책에 관심을 가져준 한 책방지기의 제안으로 우린 북토크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100일을 함께 쓰겠다고 만난 우리는 어느새 속마음을 나누는 좋은 친구가 되어있었다.
무슨 일을 할 때 이성적인 판단과 결과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나의 성향을 결정짓는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될 만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나는 그 중심에 ‘사람’을 두고 싶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먼저 가지고 싶다. 우울해서 빵을 사는 사람의 우울을 살피고 그 속사정을 들어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