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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앵 Jul 30. 2024

감자, 나의 최애 여름 간식

바야흐로 감자의 계절이다. 마트에 가면 어김없이 감자를 사 온다. 제철이 아닐 때면 집게로 봉투에 몇 개만 담지만, 여름철엔 작은 박스에 들어있는 걸로 산다. 감자를 특별히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감자를 많이 찾고 냉장고에서도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상에 서서히 스며들어 어느새 나의 최애 간식이 된 감자.


가장 요긴하게 나의 간식, 아니 때론 주식이 되어줄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출근 전 간단하게 먹는 찐 감자이다. 학원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오후에 출근을 하는데, 12시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서야 하니 늘 점심을 먹기엔 애매한 시간이다. 아침을 늦게 먹은 날은 더 그렇다. 그럴 땐 찜기에 감자를 넣어 쪄서(껍질은 그대로, 빨리 익도록 반으로 자른다.) 소금을 살짝 찍어 점심 대용으로 먹는다. 과일을 곁들여 커피와 같이 먹으면 든든하고 속도 편안하다. 자꾸 감자를 찾게 되는 건, 나의 오래된 위염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고 단 빵 같은 걸로 대충 때우면 속이 불편할 때가 많다. 감자는 위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땐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내게 좋은 먹거리를 끌어당기는 것 같기도 하다. 찐 감자는 여름이 아니면 먹게 된다. 포실포실한 식감을 가진 찐 감자는 여름이 아니면 구현하기 힘드니까. 본연의 맛을 즐기는 찐 감자는 수확한 여름감자여야 한다.


또 가끔 해 먹는 감자 요리는 감자전이다. 귀차니스트이고 팔힘까지 약해서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만들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자주 하진 못한다. 그렇다고 믹서에 감자를 갈면 그 맛이 영 나질 않으니 사람의 손맛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체에 밭쳐서 물을 빼고, 물을 뺀 감자와 물아래 가라앉은 전분을 섞어서 만들어야 하기에 과정은 복잡하지만, 그만큼 쫄깃쫄깃 맛있는 감자전이 완성된다.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조금 넣으면 풍미가 두배로 살아난다.)


가끔은 쉬운 버전으로 감자를 채 썰어 녹말가루를 조금 섞어서 부치는 감자전을 만든다. 가끔씩 남편은 감자채에 베이컨을 섞어 기름에 부쳐내고 거기에 모차렐라치즈를 얹어 녹인 요리를 해 준다. 스위스나 독일 지역에서 먹는 '뢰스터'라는 음식이라는데 별미이긴 하지만, 난 이것저것 추가하는 것보다는 감자 자체만으로 하는 감자전을 더 좋아한다.


손님이 오거나 주말 점심으로 간단하게 먹기에 좋은 감자요리가 있다. 바로 으깬 감자와 계란, 각종 채소를 마요네즈에 버무려 만든 감자 샌드위치다. 간단하게 먹을 땐 감자와 계란 사과, 햄 정도만 넣고, 손님이 올 땐 조금 더 신경 써서 당근, 오이, 건포도 등을 더 넣으면 훨씬 맛이 업그레이드된다. 나만의 비법 같은 게 있다면 오이피클을 꼭 넣는다는 거다. 피클을 넣으면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뭔가 깊은 맛이 난다. 그리고 빵 한 면에 꼭 케첩을 조금 뿌린다. 케첩 대신 잼을 바르는 레시피도 있지만, 내 기준에 감자 샌드위치에는 잼은 영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빵은 네모난 식빵도 좋지만 모닝빵으로 하면 자를 필요가 없어서 더 간편하다.



얼마 전 글쓰기 모임에 간식으로 감자 샌드위치를 만들어 갔다. 먹을 음식을 사갔을 때와 만들어갔을 땐 사람들의 반응부터 다르다. 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성'이라는 재료가 들어간 음식이라 그렇겠지. 감자를 좋아하는 J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Y님도 다들 잘 먹는 모습을 보는데 아주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감자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감자이야기를 하다가 각자의 감자(에 얽힌 추억) 이야기로 같이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감자 이야기는 그날의 분위기를 으깬 감자로 만든 샐러드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고마워요 감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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