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혼밥, 프렌치토스트
그때도 좋고 지금도 좋다
날이 갈수록 혼밥을 할 때가 많아진다. 어떤 때는 아침에도 그렇다. 남편은 제주에 온 지인과 아침을 함께 먹기로 했다며 일찍 나갔고, 방학이라 내려와 있는 딸은 어중간한 아점을 먹으니 오늘은 혼아침이다. 혼자일 땐 내가 당기는 음식을 먹어도 되니 좋다. 토종 한국인인데도 난 아침에 밥보다는 빵이 당길 때가 많다. 오랜만에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볼까?
재료는 간단하다. 식빵 두 장, 계란 1개, 우유 , 버터, 그리고 꿀.
1. 먼저 식빵 테두리를 잘라내고 (아깝지만 부드러운 식사를 위해~!) 4등분 한다.
2. 식빵을 우유에 충분히 적신 뒤 계란물을 입혀 버터 두른 팬에 굽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스트를 구운 후 핫도그에 설탕을 입힐 때처럼 설탕을 듬~뿍 뿌려서 커피와 먹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설탕이 부담스러워졌다. 설탕에 길들여진 입맛은 더 많은 설탕을 불러왔고 내가 섭취하는 설탕의 양은 점점 늘어만 갔다.ㅜ
이젠 설탕 대신 꿀을 뿌린다. 토종꿀을 뿌리는 건 아니니 꿀이 몸에 100프로 좋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분명 설탕보다는 나을 거고 중요한 건 양도 많이 줄였다는 거다. 미리 만들어 접시에 담아 놓은 샐러드 옆에 토스트를 담고 꿀을 뿌린다.
귀차니스트인 나는 예전 같으면 그냥 프렌치토스트와 커피만 먹었을 거다. 근데 귀찮음을 무릅쓰고 재료를 썰고 샐러드를 무쳤다. (오이, 토마토, 파프리카를 작게 썰고 건포도를 추가한 후 올리브 오일, 레몬즙, 소금, 후추를 넣고 버무린다. 레시피는 없고 그냥 감으로...) 일부러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는 건 아닌데, 요즘 들어 나의 몸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을 자꾸 부르는 것 같다. 내 몸도 이젠 '해독'이 필요한 때가 된 걸까? 아니면,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2년 전과 다르게 주의해야 할 사항의 리스트가 늘어나서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거의 네스프레소 캡슐을 내려 먹는다. 근데 요즘엔 아침에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린다. 여름에도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만 먹던 내가 아아를 먹다니... 그것도 아침에. 이건 순전히 호르몬의 영향인 것 같다. 몸이 찬 편인데도 시도 때도 없이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가 아직은 낯설지만, 이 또한 내가 나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모습이다.
다 만든 아침을 식탁에 올려 놓고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 한창 아이들이 어릴 땐, 이런 아침을 꿈꿔왔다. '삼시 세 끼도 픽업도 없는 하루라면 얼마나 우아하고 한가지게 보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내게 오기는 하는 걸까' 라며. 근데 '그런 날'은 생각보다 너무나 빨리 왔고 혼밥의 횟수도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생각보다 그게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채고는 마음이 쓸쓸해졌다.
육아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땐, '그래도 애들 어릴때가 좋을 때야.'라는 말이 얼마나 듣기 싫었는지 모른다. 저런 하나마나한 말을 위로라고 하는거야 하며 속으로 막 화를 냈다. 근데 지금에서야 그 때 그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건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다.)
하지만 난 '그때가 더 좋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런 말은 지금 이 시간을 평가절하하는 거니까. '지금도 좋고 그때도 좋다'고 말하며 살고 싶다. 물론 그걸 사실로 만들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혼자 먹는 밥상도 초라하지 않게 차리는 섬세함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