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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경 Oct 30. 2024

저승 길이 대문 밖

아버지가


"아프다"

고 할 때

"수술을 했으니 당연히 아프시지"

대답했는데 그러지 말걸......

전처럼 수술한 부위가 이틀 정도면 아물면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미 장기가 손상되기 시작해 더 아팠던 거 같은데 그것도 모르고 수술했으니 당연히 아픈 거라고 말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우리 아버지 어디가 얼마나 아프냐고 그렇게 참을성이 많은 아버지가 이 정도로 아프다니 어쩜 좋냐고 말이라도 많이 많이 위로할걸.

"배고파"

할 때도

"금식이잖아~아무것도 드시면 안 돼"

당연히 하루 이틀이면 죽으로 시작해서 금방 드시고 싶다는 걸 고민하며 해 드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집에 가서 국수 먹고 오자"

"집에 가서 곰국 먹고 오자"

할 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래, 내가 집에 가서 해올게.

아버지, 우리 몰래 먹자"라고 대답할걸.

많이 많이 많이 그 맘 좀 알아줄걸.

어차피 못 드셨을 걸

입에 대라도 줘 볼 걸.

수술 한 날 새벽에 못 주무시고 두 번 답답하다고 일어나셨을 때

"어떻게 해줄까?

한 번 만이라도 물어볼걸.

극진하게 보살핀다는 느낌이라도

좀 전해 드릴 걸.

저승길이 문밖이라더니 아버지 10년을 투석하며 그리 잘 참고 잘  견디시더니 갈 때는 어쩜 그렇게 급하게 가셨는지.

나랑 말 좀 하고 가시지.

아버지가

"아파"

"배고파"

하던 모습이 마지막으로 각인 돼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너무 죄송해서 난 어쩌라고 그렇게 가셔.

순한 아기가 엄마 말에 따르듯 안 된다는 내 말을 듣고 가만히 계시던 그 모습이 그 눈빛이 자꾸 떠올라 울컥울컥한다. 중환자실에 안 가겠다는 엄마에게 여기 이렇게 있을 순 없다고 내가 중환자실로 보내 아버지 마지막 시간을 고통스럽게 처참하게 만들어 버린 건 아닌가 정말 정말 애가 터져 가슴이 미어진다. 병실로도 못 간다니 꼭 방치하는 것처럼 그렇게 계시게 할 순 없었다.

당연히 퇴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에  한 건 하나도 생각 안 나고

마지막을 아프고 배고픈 상태로 보내 드린 것만 기억에 남았다. 조금만 더 기회를 주시지. 식사라도 좀 하고 가시지......

배 고파서 어떡해......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버지의 마지막을 그저 여느 때처럼 반복되는 입원과정 중 하나로만 생각했다. 퇴원하시면 못 걸으실 거 같아서 그것만 생각했다.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만져주고 더 많이 애쓸 걸 다 끝나버렸다. 내가 바꿀 수 있었을까? 정말 미안해 아버지......'


밤새 안녕을 고한 아버지가 살아생전 가꾸던 화단은 여전하다. 그렇게 기다리던 상사화가 아버지 돌아가신 날 저녁에 집에 잠깐 들르니 신기하게도 활짝 피어있었다. 죽어서 오는 사람은 꽃으로 온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마치 나는 걱정 말라는 듯이
아버지가 웃으며 내게 오신 듯했다.


아버지, 퇴원하시면 잘할 자신 있었는데... 잘할 거 알고 있었지? 병원에서 나 집에 갔다고 서운하지 않으셨지? 정말 잘할 수 있었는데 조금만 더 사시지... 퇴원해서 국수랑 곰국 좀 드시고 가시지... 출근하느라 간 거 알지?

10년 투석하시는 동안 아버지는 힘드셨겠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효도할 기회를 갖게 되어서 감사했어. 고마워요, 잠시라도 효도할 기회를 내게 줘서. 아주 잠깐이라도 내 새끼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니 행복하다 하셨기를 바라. 한다고 했는데 서운하셨거나 잘 못 한 게 있으면 용서하시고 고단했던 이승 미련 싹 버리고 좋은 곳으로 가셔서 행복하게 지내세요.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열심히 빌고 또 빌 테니  편안하셔야 해요. 내가 울면 아버지가 못 가신다고 울지 말래. 그래서 참을 거예요. 울지 않을 테니 꼭 행복한 곳으로 가세요. 그리고 꿈에 편안하신 모습 한 번만, 딱 한 번만 보여주세요. 제가 아버지 마지막을 너무 힘들게 해 드려서 편안한 모습을 봐야만 해요. 아버지 내 맘 알지? 아버지 정말 훌륭하게 잘 사셨어요. 좀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효도를 더 많이 했을 텐데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편안히 행복하게 계세요. 아주 많이 그리울 거야 아버지가......"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진다.

언제쯤 덜 그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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