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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화요문장

엄마밥은 아직도 따뜻했어

이작가의 화요문장

by 꽃고래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38)

2022.07.19.(화)

<엄마밥은 아직도 따뜻했어>

“And into the night of his very own room

where he found his supper waiting for him

and it was still hot.

​그날 밤에 맥스는 제 방으로 돌아왔어

저녁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

_ Maurice Sendak, 《괴물들이 사는 나라》, 시공주니어

며칠 야간 근무가 계속되었다. 아침 식사를 내가 준비하고, 저녁 식사는 남편에게 부탁했다. 남편은 감자를 갈아서 감자전도 하고, 감자짜글이도 했단다. 하지만 웬걸. 남편은 청양고춧가루인지 모르고 듬뿍 넣어 어른도 못 먹을 정도로 매운 짜글이가 되었다고. 그래도 딸들은 배가 고파 물 한 번, 짜글이 한 번 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단다.

어제는 모처럼 일찍 퇴근을 했다. 허기진 딸들을 위해 갈비탕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랑 줬다. 별다른 반찬도 없었다. 막내가 말한다.

“집에 와서 엄마 없으면 쓸쓸했는데 오늘 너무 좋아. 따뜻해.”

저녁밥은 주린 배만 채우지 않는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집안의 공기를 데운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나의 말들은 점점 잊히고, 우리가 갔던 도시나 먹었던 음식은 사진이 아니면 기억할 수 없을 테다. 하지만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엄마와 저녁밥을 먹었던 기분 좋은 따스함. 하루고 이틀이고 매일 반복되는 사랑의 행위들이 쌓여 딸들이 엄마가 되고, 아들들이 아빠가 되어도 ‘엄마밥’하면 눈물을 글썽일지도. 지금 내가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