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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고래 Dec 25. 2022

새로운 질서, 위로하는 자

성탄을 맞아 우리의 책무를 고민하다


전 교인이 먹을 성탄 간식을 며칠 동안 준비하며, 일에 일을 더하며 분주한 한 주를 보냈다. 320인 분을 준비했고 약 20 - 30여 명 분이 남았다.

교회 회계 감사를 했을 때 한 집사님의 건의 사항이 떠올랐다. “지출이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더욱 많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명색의 사회복지사라는 나는 그 부분을 간과했던 것.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돈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남은 간식은 우리끼리 나눠먹지 말고 돌아다니며 가게에, 택시 기사님들께, 택배 기사님들께 드렸어야 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한 가지 책무가 있다면 그 책무는 무엇일까.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도래하셨다는 사실을 삶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삶으로 입증하지 않는다면, 주님 오셨다는 증언이 공허해진다.

화해의 기쁨은 축제로 나타난다. 우리 삶의 현장이 축제로 바뀌어야 하는 까닭이다. 생명의 기적, 평화의 기적이 우리에게 나타날 때. 한 아기가 우리 위해 나타났다는 사실 참으로 입증할 것이다.“

_김기석 목사 (청파교회, 문학평론가) 12월 25일 설교 중에서.

기존의 질서에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를 가지고 오는 이들에게 불온의 낙온을 찍는다고 하였다. 이제 나는 점점 기존의 질서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간다. 매일 안주하고 싶고 숨고 싶다.

우리끼리 먹고 떠들고 즐거운 성탄은 유독 내게 죄책감이 된다. 하지만 25일 하루 선을 행한다고 그 무엇이 달라질까. 삶으로 태도로 또한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타나길 기도하고 고민한다. 나는 직접 선을 행하지 못하고 직업을 택하였고 고생한 수고를 돈으로 받으니 내세울 것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장 취약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이유를 생각하며, 매일토록 내가 만나는 고통 속에 있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그것 하나 더해졌을 뿐이다. 1년 간 위로하는 자로 살았다. 내년은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발로 뛰며 위로한다. 모두에게 평화를, 기쁨을, 화평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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