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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고래 Dec 09. 2023

월간두부 "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결국 일을 내다

<월간두부 #1>

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_2023.11.11. 처음 집에 데려온 날.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그런 무관심의 상태. 평생 어떤 살아있는 존재와 함께 동거한 적이 없었다. 어릴 적 엄마가 키운 거라고는 무성한 화초와 조용한 열대어 뿐. 집에서 키우는 동물 즉 가축家畜은 시골에서만 보았다. 가령 여물을 먹는 소, 시끄럽게 울던 토종닭, 동네를 활보하고 다니던 개들. 가끔 무서워서 그 개를 피해 도망다니던 생각도 난다. (생각해보니 그 정도면 가축家畜이 아니라 들개 아닌가 싶기도.)


그에 비해 남편은 어릴 때 두 마리 개를 키웠고, 이름은 뚱원이와 원이라고 하였다. 가끔 철원에 살 때 얼어 죽던 개 이야기도 한다. 살아있는 웬만한 존재는 다 애정하고 불쌍히 여기는 극F다. 게다가 원하는 것은 언젠가 손에야 넣고야 마는 집념의 사나이다. 그가 어떤 단어를 말하면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조만간 저 단어의 것은 우리집에 있겠군.’ 


다른 집의 몇 배가 되는 가사노동에 따른 수고를 책 한 권으로도 냈지만 것도 모자라 지금도 세탁기 앞에서 한숨을 푹푹 쉰다. 개 한 마리 들어오면서 증폭되는 노동량과 귀찮음이 반려견이 주는 기쁨을 넘어서고 있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남편은 나에게 또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개를 아무도 보호하지 못하면 내일 안락사한대...” 그는 울기 직전이었다. “...마음대로 해.” 사회복지사 마인드가 발휘된건지, 그때 살짝 정신이 나간건지. 나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집에 택배들이 배달되었고, 어느새 두부는 우리집에 왔다. 구례에 온 식구가 마중나가 데리고 왔다.


어디서 어떻게 버려진지 모르는 두부는 보호소에서 다른 개들의 대소변에 피부가 상하고, 마르고 털이 빠져있었다. 구례에서 집에 오는 동안 잠만 자던 두부는 집에 오자마자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집안을 탐색한다. 개들은 사랑받고 잘 먹으면 예뻐진다는데, 벌써 조금 예뻐진 느낌이다. 사 남매와 남편에게 사랑을 너무 받아서 피곤할까 염려될 정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지내보자. 

안락사 직전에 데리고 와서 임보 중입니다! 큰 개들에게 치여 잘 못 먹고 털이 빠져 있던 두부.ㅠㅠ
살도 많이 찌고 털도 윤기가 납니다. 엄청 장난꾸러기!
식탁 옆에서는 언제나 개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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