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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고래 Jun 24. 2024

꽃고래 서평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유난히 폭력적인 지구인들에게

#서평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 장편소설, 광화문글방

1978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대한민국 여공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녀는 시다, 미싱사, 재단사를 거쳐 노동 교실에 다니며 노동 운동을 하고, 굴보라는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인간의 여러 감정을 점차 느껴간다. 라면, 김치, 굴 그리고 업둥이 아들 때문에 지구를 떠나지 못하기도 하는 외계인 ‘니나’의 시선으로 시간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2034년 플랫폼 노동자 장수(외계인 니나의 업둥이 아들)를 통해 지금도 계속되는 노동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작가가 글을 쓴 이유인 것 같다. 역사, 불평등, 차별, 인권, 노동, AI 등 토론 주제 등을 잘 뽑아낼 수 있고, 쉽고 안정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어 청소년들에게도 추천할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굴보의 아들, 석이 등의 인물들이 끝까지 잘 살려지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그건 작가의 마음이니 뭐라 할 수는 없겠다.


 안타깝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한 일이 오늘 일어났다. 일차전지 공장에서 불이 났고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비상구를 찾지 못한 사망자 22명 중 중국인은 18명, 라오스인 2명, 한국인은 1명이었다. 아직도 땀 흘려 노동하는 많은 분들이 폭력과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 안전교육,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나 복지 등은 1978년에 비해 (전태일 열사 이후 진일보하였지만) 얼마나 괜찮아졌는지 묻고 싶다. 정말 할 만하고, 살 만한 건지. AI와 ChatGPT, 키오스크 등으로 대신할 수 있기에 인간은 그저 불편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뉴스와 소설의 혼란함 속에서 나는 어떤 노동자로 살아갈지(당장 이 허접한 글 따위부터 퇴출될 위기), 우리 아이들은 어떤 시대를 살아갈지 이 불안한 밤은 길고 길다.


*글귀

1.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인들은 폭력적이다. 그 폭력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니나는 정신을 잃었다.(47p)

2.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 거야. 땀 흘리는 일은….” 니나는 혜란이 힘겹게 쏟아내는 말을 듣고 있었다. 멀리서 첫 차가 달려왔다. (87p)

3. 그제야 자신의 뮤즈를 떠올린 나성은 괴로움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런 나성을 보며 니나는 머릿속으로 타자를 두드렸다.   지구인을 움직이는 원동력 중 하나는 연모의 감정이다.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다. (125p)

4. 나성은 니나에게 말했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에게 화가 나야 한다고. 그들을 미워해야 한다고. 그리고 이런 현실에 슬퍼해야 한다고. (199p)



삼가 고인이 되신 노동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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