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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화요문장

무엇에 치열한가, <나의 우울한 모던보이>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by 꽃고래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3).

[2021.11.16. 화요일]


‘치열하다’는 것은 좌충우돌하는 삶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과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승인하고 있는 고정된 감각과 관념과의 싸움을 뜻한다.

_이장욱 │『나의 우울한 모던보이』│ 창비 │ 중에서


몸 안의 세포들이 치열하게 싸운다. 이전에 보암직했을 괴상한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몸 안에서 밀어내기 위해 싸운다. 이 싸움을 지켜보기 위해 부러 타이레놀을 먹지 않았다. 부스터샷을 맞고 열이 슬슬 오르고, 온 근육이 힘을 잃었지만 치열하다는 것의 증거. 묘한 쾌감이 있다. 괴팍한 주인을 만나 몸이 고생한다.

분골쇄신이라는 한자를 좋아했던 청소년, 워커홀릭의 청년, 네 아이를 키우는 육아의 비장함. 모두 나의 지난 시기를 서술하는 문장들이기는 하지만, 실제 나는 무척 게으르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이다. 정말 이 땅에서 부지런히 일하지 않아도 될 시기가 올지 모르겠지만, 그날에. 그날이 오면, 오더라도 변하지 않았음 한다. 나의 무의식의 고정된 감각과 관념과 지루함과의 싸움 그것. 그것이 없다면 정말 영원히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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