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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화요문장

작은 점이면 어때. 나는 이토록 넓은데.<창백한 푸른점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by 꽃고래

#꽃고래책다방 #오늘문장 #이유경 #flalebooks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6).

#이작가노트

[2021.12.7.]


작은 점이면 어때. 나는 이토록 넓은데.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이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수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26p)”

_칼 세이건 Carl Sagan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사이언스북스


죽음을 경험한 사람, 아니 그 경계에서 숱하게 방황하다가 강을 건넜다 돌아온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자살시도자 사례관리자로 일한지 고작 2주가 지났지만 중환자실, 응급실, 병동을 돌아다니며 또 차트를 보며 만난 환자들이 꽤 많다. 전문요원의 자질이 부족한 나는 그들을 보며 울음을 참는다. 나의 어떠한 말들이, 나의 사소한 노력이 그들을 과연 제대로 도울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그저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조용히 읽어주고 싶다. 나 또한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던 날들이 있었지만 그 먼지가 사실 근사하고 따듯한 우주라는 것을 깨닫게 된 여정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무척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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