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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화요문장

낯선 종류의 활자들 사이에서, <인간 즐거움>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by 꽃고래

화요일에 읽는 오늘의 문장 (5).

#이작가노트

[2021.11.30.]


“내게 영원토록 간절한 것은 책과 활자다. 나머지는 지금 한순간 스치듯 느끼는 희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_크리스티앙 보뱅 │『인간 즐거움』│ 문학테라피


책 한 장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낯선 7일을 보냈다. 꽤, 그리고 매우 오랜만에 출근하는 직장에서 만나는 활자란 온통 사무적이고 건조한 공문서와 인간의 정신적 질병을 서술하는 전문 용어들 뿐이다. 지루하고 고루하지만 더 꾸미거나 과장하거나 은유나 비유를 섞어 수정한다면 그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읽어야 하는 수고를 필요로 할 수 있다. 업무를 빨리 끝내고 퇴근해야 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감수할 만큼 나는 용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낯선 종류의 활자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이렇게 내 마음대로 문장을 써본다. 예를 들어, ‘양극성 장애 Ⅱ형’ 대신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고독한 인격’이라고.

어쨌거나 가장 간절하고 없으면 죽을 것처럼 여겨졌던 책과 활자가 가끔 한순간 스치는 희열 같기도 하다. 그러다 또 영원한 희열처럼 느껴지는 등, 가벼운 허무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빈티지 소품을 모으는 분의 공간에 가서 만난 기계. 이름이 근사하게 찍힌다. ⓒ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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