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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인을 만나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10 - 터키 아스펜도스

by 류광민

오렌지야! 안녕!

50일간 겨울 나기의 보금자리였던 안탈리아 숙소를 떠나는 날, 첫번째 여행지로 정한 곳은 안탈리아 동쪽 해안가를 따라 70km 떨어진 Aspendos로 향한다. 날씨도 우리의 2차 여행을 반겨주는 것처럼 맑고 따뜻하다.

이 구간에서는 고속도로가 없지만 대부분 평지여서 아톰이 신나게 달려간다. 주변에는 아직도 농가의 오렌지를 파는 곳들이 있다. 우리도 가는 도중에 길가에서 약간의 오렌지를 샀다. 안탈리아의 마지막 오렌지이다.

터키 안탈리아의 오렌지는 정말로 싸다. 가끔 농가 주변으로 산책하다가 500원 정도의 돈으로 오렌지 3kg을 사기도 했다. 겨울나기를 하는 동안에 안탈리아에서 오렌지를 정말 많이 먹었는데 또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싼 가격으로 오렌지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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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동안 우리에게 비타민의 공급원이었던 오렌지. 안탈리아 대형마트에서 10kg 단위 오렌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출발하기 전에 안탈리아에서 그동안 소리나던 벨트도 교체하고 차를 정비해서 인지 차는 부드럽게 잘 달려준다. 한 시간 정도만에 아스펜도스 대형 주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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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에서 현대자동차를 주로 취급하는 수리점을 찾아서 소리나던 벨트를 모두 교체해서 인지 아톰이 신나게 잘 달려준다.

아스펜도스 원형극장은 누가 지었나?

원형극장의 무대 건물이 웅장하게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만5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원형극장은 161-180년에 건설되었는데 Curtius Crispinus와 Curtius Auspicatus 형제가 신에게 헌정하기 위해서 만들 것이란다. 그러니까 과거 부유했던 개인이 신을 위해 이 도시에 바친 건물이라는 설명이다. 두 형제가 얼마나 부자였으면 이런 대규모 건축물을 지었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으로치면 작은 도시에 시립극장을 개인이 지어서 기부한 것이니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부가 얼마나 소수에게 집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건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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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펜도스 원형극장 건립의 역사에 대한 설명문과 아스펜도스 고대 도시 배치도

세련미와 묵짐함의 공존

이 원형극장은 그리스나 터키의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이 있다. 무대 건물에 사용된 석재 대부분이 역암이다. 기존에 보았던 원형극장의 무대건물이 대부분 대리석이어서 세련된 모습이지만 이 원형극장은 두툼하고 어두은 색상의 역암을 사용해서 인지 묵직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앞 면의 중요한 부분인 배우가 드나드는 문들은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어서 세련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의자들도 대부분 대리석이다.

상부에 50여개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모두 복원되어 있어서 이 원형극장의 전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반원형으로 늘어져 있는 50여개 기둥이 질서정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 극장 뒤편 언덕으로 올라가서 보면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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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복원이 대부분 이루어져 있는 아스펜도스 원형극장. 지금도 극장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완벽한 원형극장이다.

시선이 가는 곳은?

원형극장을 뒤로 하고 비포장된 탐방로를 따라가면 이 고대 도시의 중심이 나타난다. 여기 저기에 역암으로 만들어졌던 건물들 흔적이 나뒹글고 있다.

그른데 도시가 버려졌던 그 오랜 기간 동안에 이 곳의 주인이 바뀌었나 보다. 아내는 따뜻한 안탈리아 2월 들판에 피어 있는 꽃들에 시선을 빼았겨 버렸다. 하얀색 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다. 한국의 구절초와 비슷해 보인다.

고대 도시 중심에 있는 웅장한 느낌의 바실리아, 아고라, 쇼핑 상점 어디에도 과거 주인들의 흔적은 없고 그 빈 땅에 흰 들꽃이 새로운 주인이 되어 있다. 새로운 주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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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심의 공간이었던 바실리아(하단 가운데)의 웅장함보다는 주변에 깔려 있는 흰색 꽃에 눈이 더 간다.


조금씩 배가 고파진다. 이제 내려가자. 장신구를 파는 아줌마 한분이 뜨문 뜨문 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계신다. 이 땅의 새로운 주인인 흰꽃으로 화관을 만들어서 사진촬영을 하라고 한다. 우리는 항상 그래왔던것 처럼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화관을 쓰고 한번 사진촬영을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잠시 지나간다.

"아니야. 화관을 쓰면 우리가 이땅의 주인이 되는 것일수 있지만 진짜 주인은 땅에 뿌리 박고 있는 저 꽃이야."

그렇게 위안을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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