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08 - 터키 안탈리아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터키 안탈리아를 선택한 것을 매우 잘 한 일이었다. 다만겨울이 우기라는 것만 빼고는 말이다. 1월달에는 정말로 비가 자주 내린다. 사실 안탈리아에서는 휴식과 지난 5개월 가량의 여행기록의 정리, 앞으로의 여행 계획 수립을 위해 시간을 쓰기로 하였던 계획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그래도 자주 내리는 비 때문에 칩거에 가까운 시간이 한달 가량 이어졌다. 대신에 현지 재료를 활용해서 국적 불명의 음식을 자주 먹게 되었다.
1월이 지나 2월 초가 되자 비가 내리지 않고 맑아지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따뜻해진 날씨를 핑게삼아 주변 지역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캠핑카 아톰도 너무 오랬동안 세워놓아서 아마 몸이 근질 근질할 것이니 조금 거리가 되는 지역으로 여행지를 결정했다. 그 후보지가 바로 Kumluca의 산 언덕에 있는 Rhoidapolis. 안탈리아에서 100km 정도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도착할 수 있다.
로디아폴리스는 BC 8세기경에 만들어진 로마가 점령해서 만든 고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박물관으로 개장하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유적지에 접근하는 도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물론 현재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이글을 쓰고 있는 현재에는 입장료를 받고 있을지 모르겠다).
차단기가 가로 막고 있어서 유적지 안으로는 차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사람의 출입을 막지는 않는 듯 하다. 차를 입구의 한쪽에 주차 시키고 나서 화장실 공사 중인 건물 뒤편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본다.
여기 저기에 나뒹귀는 작은 돌 모두가 유적지의 파편들이다. 이 돌들을 최대한 피하면서 오솔길을 따라 언덕 위로 올라가 본다. 밑에서 조그만하게 보이던 고대 도시 유적지가 상당한 규모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여행하는 동안에 이와 비슷한 고대 도시를 많이 보아서 크게 신기한 것은 별로 없었지만 유독 눈에 뜨이는 것이 있었다. 커다란 지하 탱크와 같은 유적물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 물이 부족했던 이 도시를 지탱하는데 필요했던 물을 저장했던 물 저장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니면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모아 놓았던 저장소였을 수도 있다. 규모가 상당히 큰 것부터 작은 것 까지 도시 여러 곳에 분포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설명판도 없기 때문에 우리의 눈으로 그 용도를 짐작만 할 뿐이다.
가장 높은 곳에는 넓은 마당이 있고 사원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있다. 사원 정문은 바다가 아니라 이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눈이 내려 하얗게 보이는 산맥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 신전 앞은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중요한 곳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신전 앞에 해안선을 바라다 볼 수 있는 경사진 비탈면을 따라 작은 원형극장이 있다. 규모가 매우 크지는 않지만 원형에 가깝도록 복원이 마무리 된 듯 하다. 많은 곳에 새로이 끼운 하얀 대리석이 눈에 뜨인다. 객석에 앉아 있으면 저 멀리 해안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내가 그 원형 극장에서 또 한번 작은 음악회를 연다. 그리스에서 부터 터키까지 만나는 원형극장마다 작은 음악회를 여는 아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 작은 음악당. 2,800년 전에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아내의 노래에 박수를 보내는 것 같은 분위기 처럼 아내가 열창을 한다.
그 원형 극장 무대 뒤에는 작지만 균형이 잘 잡힌 신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신전도 상당 부분 복원작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이 신전에는 어떤 신을 모셨을까가 궁금해지지만 그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다. 사실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이 도시의 유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되어 있지만 각각의 유적물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아직 개장전 분위기의 유적지라서 실망도 된다. 그러나 조만간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좋은 박물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해 볼 수 밖에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안탈리아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해안가 고대 도시를 만나러 가본다. Olympos 고대 도시. 인근에 그리스의 올림포스 산과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이 산 이름때문에 사실 터키와 그리스는 신화 속의 올림포스가 어디인지를 두고 신경을 벌이고 있다.
올림포스 고대 도시는 해안으로 유입되는 작은 강을 따라 건설되었다. 로디아폴리스에서 안탈리아로 가는 길은 대부분 산 중간 지대에 있다. 따라서 올핌포스 고대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안탈리아로 돌아가는 길 중간에 해안가로 내려와야 한다. 그동안 잘 쓰지 않았던 엔진브레이크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급경사길이다. 천천히 내려와 평지데 도착해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가 나온다.
작은 강을 따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물이 흐르는 강 앞에서 길이 사라졌다. 분명 네비는 차가 더 가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말이다. 참말로 난감하다. 캠핑카 처럼 무거운 차를 데리고 저 강물로 들어갈 수도 없다. 그런데 지역주민들 차량으로 보이는 사륜구동차들은 물 속을 조심 조심 다닌다. 아톰은 갈 수 있을까. 무리하면 안될 것 같다. 뒤로 후진하여 공터에 주차를 시키고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출렁다리를 통해 건너가 보기로 한다.
2천년 전의 고대도시 발굴을 해 놓고 다리 하나 만들지 않은 것일까. 사실 이 지역은 겨울철만 제외하고 거의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이니 다른 계절에는 강에 물이 거의 없어서 차들이 다닐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하며 가보자.
강을 건너니 더 많은 식당과 숙소들이 있고 그 끝에 고대도시 올림포스에 들어가는 매표소가 보인다. 입장료도 자그마치 1인당 20리라. 아니 돈도 받으면서 다리하나 만들어 놓지 않는지 모르겠다.
유적지 안에는 들어서니 길을 중심으로 건물 흔적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안내 표지판을 보면 강을 따라 도시가 만들어졌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적지 끝에서는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다. 그 입구에 강 양쪽의 도시를 연결했던 다리 흔적이 남아있다. 아마 아치형 다리 일부일 것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다리 기둥이 강물속에서 2천년 이상 남아 있는것이 신기할 뿐이다. 바다 쪽으로 더 나가면 도시 입구에 해당하는 지점에 석관묘 두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묘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도시를 상징하는 사람의 무덤이었으리라 짐작만 해본다.
강물이 만나는 곳은 안탈리아 해안이다. 강물이 바닷물 속으로 섞여져 들어간다. 그리고 그 옆으로 몇몇의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푸른 하늘과 어울리게 바다물도 푸르다.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저 있어서 날씨가 따뜻할 때에는 해수욕을 즐기러 많은 사람들이 올 것 같은 곳이다. 유적지와 해안을 드나들 수 있도록 바위 동굴을 파 놓은게 귀엽기도 하다.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길에 길 안쪽에 있는 유적지로 들어가본다. 큰 길 안쪽의 유적지로 가는 길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서 아내가 힘들어 한다. 그리고 제대로된 설명문과 안내표지판도 없고 숲 속에 있어서 어둡기조차 하다. 매우 아쉬운 유적지이다. 2천년이 넘는 고대 도시에 입장료를 받으면서 이렇다할 제대로 된 관람로 조차 만들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출구로 나오는데 직원 3명이 손님이 없는지 함께 모여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내가 말한다.
“저렇게 놀고 있을 시간에 탐방로 정비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그사람들 잘못이겠는가.
고대로의 여행을 한 기분이었지만 한 편으로 무언가 아쉬운 하루 여행이었다.
터키는 왜 이런 고대 도시에 대한 복원작업과 연구, 관리 작업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갑자기 들었다.
"혹시 이 도시들과 이 땅이 과거에 그리스와 로마가 지배했던 땅이어서 적극적으로 발굴과 조사연구, 복원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사실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고대 도시 중 하나인 에페소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잘 안알려져 있는 이런 작은 고대 도시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오늘 두 곳의 고대 도시를 탐방하면서 역사는 현재 지배자의 시각에서 다시 쓰여진다는 말이 생각이 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