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텔의 품격과 따뜻함의 관계!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14 - 터키 괴레메

by 류광민

협곡 속에 누가 살고 있나?

전망 포인트 인근에서 하루 밤을 보낸 후에 주변 산책길에 나섰다. 차 밖으로 나가 보니 바람이 조금 세게 분다. 바람 때문인지 어제는 주변에 하늘 높이 떠 오르는 열기구가 하늘을 덮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아침에 얼마나 큰 행운의 선물을 받은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해해야겠다.

정박지에서 보면 주변은 넓은 평야지대로 보이지만 그 어느 곳에 숨어 있는 깊은 계곡이 있다. 차에서 나와 비포장 차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웅장한 모습의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어제 전망 포인트의 주차장 주변에서 보았던 협곡 풍경을 아래쪽에서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이런 깊고 좁은 협곡 속에서 집도 있고 농사도 짓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20190222_070927.jpg
20190223_092126.jpg
20190223_092817.jpg
어제 새벽에는 열기구가 뜨는 장면을 보았지만 오늘 아침에는 바람때문인지 열기구가 뜨지 않았다.

신성한 동굴 계곡 -괴레메 야외 박물관

어제 방문하기로 했던 괴레메 야외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 앞 주차장이 가득 차 있어서 아래쪽에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하였다(유료). 다른 야외 박물관에 비해 입장료가 매우 비싼 편이지만 유적지 중 복원해놓거나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 등을 갖추었다.

IMG_4612.jpg
IMG_4614.jpg
IMG_4617.jpg
20190223_104543.jpg
20190223_104842.jpg
20190223_112704.jpg
20190223_113539.jpg
20190223_113958.jpg
IMG_4655.jpg
20190223_114308.jpg
20190223_115525.jpg
20190223_122014.jpg
20190223_122121.jpg

이 괴레메 유적지는 서기 11세기의 기독교 유적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눈에 뜨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예수의 포즈가 마치 부처의 포즈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손가락 포즈가 여러 개가 있어서 한국에서 주로 보던 예수의 그림과 조금 다른 분위기이다. 이런 포즈는 불가리아에서도 볼 수 있었다.

20190301_103038.jpg 터키에 이웃하고 있는 불가리에서 보았던 예수의 손가락 포즈

그리고 작은 동굴 교회에 대부분 무덤이 있다는 것이다. 설명문에 따르면 교회를 만들어 받쳤던 사람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계곡은 신성한 죽음의 계곡이라는 것으로 해석해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깎기 쉬운 바위에 만들어진 작은 교회에 자신들의 사후 세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교회가 계곡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서구사회라고 할 수 있는 서유럽의 교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교회였을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보게 한다. 아무리 성경이라고 하는 공통된 것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것에는 지역마다의 차이가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동굴호텔에서의 하루 밤

아내의 소원대로 동굴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적당 가격의 동굴호텔. 호텔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은 보이는데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주변 분들에게 물어서 찾을 수 있었다. 입구가 공사 중이어서 호텔 입구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다행히도 입구에 주인이 있어서 무사히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방은 3층에 있고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괴레메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나름 괜찮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에 아직 정비가 덜 된 분위기이다. 이런 좋은 곳에서 이렇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뿐이다.

실내에는 욕조가 설치되어 있다. 욕 조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환기구가 지붕 위로 뚫려 있어서 작은 구멍으로 하늘이 보인다. 아마 동굴 속이라서 동굴이 위치하고 있는 산 위까지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환기구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캠핑카 여행을 하다 보면 따뜻한 욕조에서 목욕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가장 호사스러운 것은 샤워장에서 3분 내외로 샤워를 하는 것이리라. 오늘은 여행 중 가장 호사스러운 따스한 물을 욕조에 받아 몸을 담글 수 있다.

IMG_4669.jpg
20190223_195352.jpg
20190223_195432.jpg

우리가 동굴 호텔에 투숙을 하기로 한 이유는 목욕 호사보다 또 다른 호사를 누리기 위해서였다. 아침에 방문을 열면 괴레메 주변에서 떠 오르는 열기구들이 이동하는 풍경은 동굴호텔에서 누려볼 수 있는 최대의 호사이다.

20190224_071705.jpg
20190224_071643.jpg
20190224_072445.jpg
괴레메 동굴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가면 열기구가 하늘을 뒤 덮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호텔의 품격은 따뜻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침 식사가 몇 시부터 시작되는지 알지를 못해서 아침 8시쯤에 식당으로 사용되는 곳으로 가 보았다. 그런데 식당에는 아무도 없다.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15살의 어린 친구만이 왔다 갔다 한다. 조금 더 기다리란다. 30여분 기다리니 차가운 빵과 올리브, 햄 등이 차려 나온다. 소위 뷔페식이다. 약간 실망스러운 아침 식사이다.

어제저녁에는 나름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이 괴레메에서 유명한 항아리 케밥을 주문했다. 서빙을 해주시는 분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한다. 정말로 고기 요기리가 항아리에 담겨 저 나온데 뚜껑을 여는 퍼포먼스가 유쾌하다. 칼처럼 생긴 도구를 아내의 얼굴 앞까지 가져다 소위 공포를 주어서 항아리를 박살 낼 것처럼 하더니 살짝 건드려 뚜껑을 연다. 나름 맛은 괜찮다. 이분들 덕분에 유쾌한 저녁 식사시간이었다.

IMG_4673.jpg
IMG_4672.jpg
IMG_4685.jpg
따뜻한 사람 정을 느꼈던 저녁 식사에 비해 따뜻함을 느낄 수 없었던 호텔의 아침 식사가 아쉬웠다.

이런 분위기와 비교하면 어딘가에 삭막한 아침 식사이다. 식당이 약간 차갑기도 하고 말이다. 그보다는 사람의 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 아침 식사와 호텔이었다. 이런 낭만적인 곳에서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그것 자체로 훌륭한 호텔이 될 텐데 말이다.

이제 괴레메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터키 수도 앙카라로 가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