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25 - 불가리아 Hisarya
불가리아 여행 중 꼭 해볼 만한 것을 고르라면 그 중 하나가 온천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불가리아는 온천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 3천여 곳이나 되고 가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야외 온천도 있다. 오늘 우리가 방문할 도시는 불가리아 온천 휴양도시로 유명한 Hisarya.
이곳은 서기 3세기 로마의 지배를 받은 시기에 원형극장과 목욕탕이 있던 Dicletianopolis가 있던 도시이다. Dicletianopolis를 지키기 위해 4 각형 형태의 성으로 둘러싸고 있다. 보통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들은 군사적, 정치적 목적이 강해서 대부분 산 위에 만들어지는 것에 비해 이곳은 평지에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까 군사적 목적이라기보다는 휴양을 위한 목적이 더 강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서기 3세기 휴양리조트 정도가 될 것이다.
성 외부에는 커다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Spa 영업을 하는 많은 호텔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공원 주변에는 개나리 꽃 봉우리가 올라오고 있다. 며칠 지나면 노란색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벽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문이 나타난다. 그 웅장함이 과거 고대 도시의 영광을 아직까지 보여주고 있다.
성 안에는 부유한 사람들의 별장이었거나 작은 호텔로 사용했을 만한 예쁜 고택들이 폐허 상태로 있다. 조금만 손을 보면 예쁜 저택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언젠가는 저 집들이 작은 호텔이나 박물관으로 재탄생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은 온천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3곳이 있다. 성 안에도 무료 온천수가 있지만 우리는 성 밖에 있는 “Moina Banya Spring” 의 온천수를 즐겨 보기로 한다. 이 온천수는 46도 정도로 매우 뜨겁다. 설명문에는 신장결석에 특효가 있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고 한다고 적혀있다. 마을 주민들이 항상 물을 길어가기 위해 붐비는 곳이인지 물을 받는 수도꼭지가 여러개 있다. 아내는 뜨거운 물로 받아서 한쪽 끝에서 족욕을 했다. 우리는 이 물을 길어다가 주변의 편안한 곳으로 가서 머리도 감아보기로 한다. 비상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20리터 비닐팩에 뜨거운 온천수를 가득 채웠다.
뜨거운 온천수가 가득 찬 온수팩을 가지고 Hisarya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강가로 이동. 주변 풍경이 한가롭고 아름답다. 넓지는 않지만 조용히 흐르는 강과 주변의 넓은 농지, 저 멀리 보이는 설산, 푸른 하늘 위에 구름들, 맑은 봄 햇살. 큰 길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합쳐서서 마치 아름다운 초원의 강가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정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Hisarya에서 받아온 온천수는 아직도 뜨겁다. 아내와 나는 그 물로 머리를 감고 그리고도 남은 물로 나도 족욕을 했다.
마차를 끌고 가던 아저씨가 우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간다. 오늘 저녁은 편안하게 쉬어가자. 오래간만에 돼지 목살을 굽고 민트향 소주를 곁들어 저녁을 먹는다. 사실 오늘 같은 날에는 와인을 먹으면 좋은데 와인병 따개가 사라졌다. 로마에서 산 병따개였는데 터키 안탈리아 숙소에 놓고 온 듯 하다. 정말로 작은 캠핑카 안에서 가끔 찾지 못하거나 잃어버리는 물건이 생길 때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그건 그렇고. 와인이 아니면 어떤가? 민트향 소주로도 충분하다. 뭐, 술 취하자고 마시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정말로 전원 풍경의 강가와 마차를 끌고 가는 사람들, 온천수로 머리를 감고 깨끗하고 시원해진 상태로 민트향 소주와 돼지 목살구이라니!
오늘은 우리 일 년 여행 중 화려한 날 중의 하루로 기록돼도 충분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