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37 - 세르비아 Frusk 국립공원
오늘(2019년 3월 21일) 목적지는 세르비아 노비사드에서 2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Frusk gora 국립공원이다. 이곳에서 세르비아의 마지막 여행을 할 계획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숙소에서 밀린 여행일기도 쓰고 머리도 감고 최대한 여유를 부리다가 출발하였다.
노비사드를 출발한 아톰은 천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산길로 접어들자 도로 고도가 높아지고 언덕이 나온다. 네비에는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있다. 아톰이 도착한 곳은 국립공원 인포메이션 센터 앞. 사실 Frusk gora 국립공원은 큰 공원이 아니어서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 방향으로 난 산책로를 걸어 다니면 충분한 곳이다. 산책로에는 작은 꽃들이 피어있고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매우 조용하다. 때문에 새들 소리가 숲에서 나는 유일한 소리이다. 가끔 딱따구리가 우리를 반겨주곤 한다. 그렇지만 딱따구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다 잔디밭이 깔려 있는 식당에 들렀다. 그런데 손님이 없어서인지 문이 닫혀있다. 아마 성수기 때에는 잔디밭에 사람들이 몰려있을 것 같다. 우리는 주인 없는 식당의 주인이 되어 따뜻한 햇살을 즐긴다. 너무 평화롭고 분위기에 따뜻한 햇살로 기분이 좋아진다. 주변을 맴돌던 야용이가 용기를 냈는지 아내가 앉은 의자 위로 올라와 몸을 밀착시킨다. 유럽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 사는 야용이 들은 항상 이렇게 사람에게 다가오곤 했다.
"야용아, 그런데 미안해. 우리는 너에게 줄 먹이가 없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국립공원 인포메이션 센터 주차장에서 조금 더 한적한 곳을 찾아 아톰을 이동시켰다. 점심을 한 후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낭만을 마음껏 누려본다. 나무들은 모두 활엽수여서 숲 속에는 아직 푸른 잎들이 없다. 그 대신에 봄 햇살이 숲 속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비쳐주고 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고 나서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아내가 잠이 들어버렸다. 코까지 고는 것으로 보아 국립공원에서의 산책에 힘이 들었나 보다. 그 사이에 나는 핸드폰에 담겨 있는 사진을 외장하드로 옮기는 시간을 가져 본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조용한 숲 속. 오래간만에 숲 속에서 캠핑하는 느낌이다. 이럴 때 정말로 캠핑카 여행을 하는 보람이 느껴진다.
저녁때가 되어 숲 속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작은 캠핑카가 우리 차 주변에 자리를 잡는다. 서로 인사를 나눈다. 프랑스에서 온 친구인데 아내와 함께 작은 차를 이용해서 터키를 거쳐 이란과 중앙아시아까지 여행을 할 계획이란다. 우리와 반대되는 여행 코스다.
오늘 밤 지나면 우리는 세르비아를 떠나 보스니아로 넘어간다. 아내는 보스니아 여행을 위해 1차 세계대전의 배경에 대하여 학습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보스니아 청년이 당긴 총 한 발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배웠다. 진실은 이렇게 단순한 것일까? 그리고 세르비아는 보스니아와 벌린 전쟁에서 저지른 만행의 원흉으로만 이해되어도 되는 것일까?
아내의 잠정 결론은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항상 역사는 강자의 입장에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여행 중에 만난 세르비아 사람들은 친절하고 환대심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나니 악마로만 보게 만들었던 기존의 역사에 대한 정보와 해석을 그냥 수용하기에는 무언가 거북스러워졌다. 아내의 발칸 반도 지역에서 일어났던 역사에 대한 공부는 크로아티아 여행까지 계속되었다.
다음날 아침 딱따구리 소리와 새소리가 우리의 잠을 깨웠다. 어제 인사를 나누었던 프랑스 친구는 아침 식사를 위해 작은 모닥불을 피우기 위한 작은 나무를 모으고 있다. 서로 좋은 여행이 되기를 기원해 주고 다시 출발.
보스니아로 가는 길에 만난 토토 화장실에서 차 안에 가득 찬 소변을 비웠다. 이런 화장실을 만나면 항상 비우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냄새나는 화장실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