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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Oct 27. 2020

중세가 현대와 만나 재미가 있는 곳!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52 - 크로아티아 자다르

편안해진 해안도로

풍경의 여유를 마음껏 누렸던 Sibenik을 떠나 오늘(2019년 4월 7일)은 자다르로 간다. 크로아티아의 해안가 길 대부분은 구불구불하거나 절벽 위로 나 있어서 운전하기 편한 곳은 아니지만 오늘 자다르로 가는 길은 새롭게 만들어져서 인지 몰라도 평지대를 지나는 새로운 길이어서 운전하기 편안하다. 새롭게 뚫린 길인지 시직 내비게이션이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목적지까지는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구 도로를 벗어나 새로운 길로 한참을 달렸다. 

자다르 구도심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는 넓은 공영주차장에 아톰을 세운다. 이 정도면 우리 같은 여행자들에게는 구도심과 매우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태권도 도장이 보인다. 태권도라는 한글을 보니 왠지 모르는 감격이 다가온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나서 걸어서 구도심으로 향해본다. 크고 작은 보트와 요트가 있는 작은 항구가 보이고 작은 다리들을 건너면 자다르의 구도심이다. 

태권도라는 글씨가 보였던 공영주차장과 작은 보트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자다르 구도심

사자에게 성을 지키는 임무를 누가 언제 부여했을까?

이곳도 다른 해안도시와 마찬가지로 해안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자다르를 상징하는 구도심은 작은 섬이다. 우리를 먼저 맞이한 곳은 다섯 우물 광장. 우물이 다섯 개 있는데 이 광장 앞에서 어떤 축제인지 모르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천막이 준비되고 있다. 다섯 우물 위로 올라가면 작은 Gedenkfafel Park가 나타난다. 이곳에 올라서 보면 성 주변 바다가 모두 보인다. 아마 옛날에는 성 경비를 서던 곳 중 하나일 것이다. 

다섯 우물과 바로 뒤에 있는 작은 공원

자연스럽게 우리 발길은 자다르의 남쪽 성문에 해당하는 Land Gate. 이 문에는 날개 달린 수사자가 지키고 있고 매우 웅장한 느낌을 준다. 문을 사자가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성의 정문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그런데 어디 가나 성문은 왜 사자가 지키고 있을까? 사자에게 이 역할을 부여한 사람들은 언제부터일까? 정말로 궁금해진다. 

문 안으로 들어와 좁은 골목길 탐방에 나서본다. 작은 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 안으로 빽빽하게 집들이 들어서 있다.  Crkva sv. Šime 천주교 성당을 만나게 된다. 어떤 유적지에서 가져와 세웠을 듯한 거대한 석주가 광장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광장에 거대한 석주 유적물을 가져다 세운 곳은 이곳 말고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은 어색한 만남처럼 느껴진다. 신전 건축에 사용되었을 듯한 돌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너무 가까이 서 있어서 이 돌기둥을 포위하는 느낌이다. 

우리의 발걸음은 골목길을 지나 People’s square로 향한다. 작은 이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토론을 하였을 듯하다. 광장 주변에는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 조금은 커진 현대식 건물 주변에 독특한 모양의 성 도나투스 교회를 만나게 된다. 그 앞에는 로마시대의 유적지인 Roman Forum과 Old Town Square가 있다. 추측컨대 이 곳에 과거 중심구역이었고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우리가 지나온 길과 광장, 골목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 유적물 뒤로 돌아가면 Sveta Stošija 성당이 나온다. 흰색 건물인데 내부 천정이 나무로 되어 있는 보기 드문 건축물이다. 문이 매우 화려하다. 

몇 백 년 전에 사람들이 뛰어나와 말을 걸어올 것 같은 분위기의 자다르 구도심 골목길 여행도 이제 끝이 날 때가 되었다. 바다 쪽으로 나 있는 해안도로가 보인다. 작은 등대가 매우 이색적인 곳에서 동네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가끔씩 물고기들이 올라온다. 아마 저 생선들은 이분들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풍성한 식사를 만들어줄 것이다. 

드디어 자다르의 새로운 명물을 만나러 가보자. 커다란 원형이 마치 태양처럼 보이는 곳. 사람들이 그 위에 서 있으면 거울에 사람이 비처 보이면서 한 편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이 신나서 노는 모습이 흥겹다. 

자다르의 새로운 명물인 태양의 인사와 바다 오르간

 옆으로 파도가 좁은 통  속으로 드나드는 것을 이용해서 만든 바다 오르간이 있다. 작은 파도가 들어올 때마다 오르간처럼 소리를 낸다. 그곳에 앉아 지친 발걸음을 쉬어 본다. 파도가 들어올 때마다 내는 소리가 재미있다. 자다르는 중세풍의 구도심에 새로운 이야기와 재미를 가진 요소를 곁들여서 새로운 관광지가 되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 노는 모습에서 내 딸이 생각난다!

그런데 한국인 가족 여행객이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보다는 젊은 부부와 초등학교 다닐만한 어린아이 두 명. 사진을 찍다 보면 항상 한 명이 빠진다. 그럼 가족 여행이 완성되지 못하지 않는가. 내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럼으로써 사진에 가족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이 부부의 아이들은  ‘태양의 인사’에서 여전히 신나게 놀고 있다. 갑자기 우리 딸 선영이가 어렸을 적에 저렇게 마음 놓고 바닥에서 놀게 하지 못했던 옛날 생각이 난다. 그래 어릴 때에는 먼지와 흙이 옷에 묻혀도 신나게 놀게 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 딸은 잘 커주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외국에서 자기의 앞길을 잘 만들어 나가고 있으니 그 자체로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해가 지려고 한다. 조금 시간은 남아 있지만 아톰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 석양이 질 때 태양의 인사에서 보는 풍경이 멋질 것이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안전한 귀가(?)를 해야 한다. 오늘 밤도 텅 빈 공영 주차장 한쪽에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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