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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Nov 07. 2020

낭만이 즐겨지는 도시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54-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자그레브의 정박지를 정하라!

크로아티아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플리티비체 국립공원의 여운을 뒤로하고 오늘(2019년 4월 9일)은 자그레브로 간다. 그동안 해안가 절벽 길과 산악지대를 오고 가던 길이 아닌 구릉지와 평지가 이어지는 편안한 주행이다. 본격적으로 내륙으로 들어온 느낌이 든다. 

우선 자그레브에서 머물 정박지를 정해야 한다. 도심 여행도 가능하면서 정박지로서 적당한 조건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도심에 있는 공영 주차장은 혼잡하고 3시간 반이라는 제한시간이 있어서 도심 관광도 힘들다. 그래서 이동한 곳은 Jarun 호수공원. 주차비는 하루에 5KN(약 천 원 정도). 주차비도 좋고 공원에 있어서 산책은 물론 하루 밤을 보내기에도 최적의 조건이다. 아내가 매우 좋아한다. 일단 공원의 이곳저곳을 들러본다. 공원 산책로 주변에 크로아티아의 체육 영웅을 알리는 정보 판넬들이 걸려 있다. 

꽃길이 미소를 짓게 한다

여유로운 점심을 한 우리는 공원 인근에 있는 트램을 이용해서 도심으로 나가기로 했다. 트램을 타려 가는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이 우리들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길가에 피어있는 하얀색과 노란색의 꽃 길 위에서 한동안 사진 찍기 놀이를 했다.

1회권(30분)이 4KN. 도심으로 들어가는 트램 안에서 우리는 유럽 여행에서 처음으로 표 검사를 받았다. 동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트램이나 버스를 탈 때 표 검사를 하지 않고 불시 검사를 한다. 표 검사원이 표를 보여 달라고 하면 보여주면 펀칭을 한 후 돌려준다. 현지인 중에 예쁜 여성이 검문에 걸려서 칙칙한 남자 검사원들에 의해 트램에서 하차를 당했다. 아마 정기권을 깜빡하고 가지고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드디어 프루슈트를 사다

자그레브 도시 관광의 출발지인 반 옐라치치(반 예랄치치 백작의 기념동상이 있음) 광장에 도착. 자그레브 구도심은 생각보다 걷기 편하고 이쁜 도시라는 느낌을 준다. 광장에서는 지역 농가들이 가지고 나온 허브, 햄, 치즈 등 다양한 농산물을 팔고 있다. 우리도 이곳에서 크로아티아의 명물 중 하나인 프루슈트(염장한 돼지고기를 1년 넘게 말려 만든 햄의 종류) 작은 조각을 샀다. 대부분은 돼지다리를 통째로 만들어 판다. 그래서 우리 같은 여행객들은 너무 커서 살 수 없다. 마트에서 가끔 잘게 썰어서 팔기도 한다. 사보고 싶었지만 사기 힘들었던 프루슈트. 우리는 이 작은 햄을 사서 여행 중에 샌드위치 만들어 먹을 때 썰어서 잘 먹었다.

아기자기한 상점을 뒤로하고 자그레브 대성당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옮겨진다. 대성당은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졌음을 알려주듯이 다양한 양식의 성당이다. 지진 피해로 인하여 복구를 했던 역사를 알려주는 사진들과 이때 멈춘 시계가 눈길을 끈다. 대성당은 성모승천 대성당이라고도 한다.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주변이 요새화 되어 있고 성당 안에는 스테피나크 추기경의 밀랍 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성당 안에는 10-16세기에 사용했던 크로아티아 문자로도 안내문구가 세겨져 있다. 

카페거리는 낭만을 불러온다

대성당 근처에 있는 폴락 시장은 폐장 중이다. 아쉽지만 카페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정말로 많은 카페들이 골목을 따라 들어서 있다. 우리도 이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Opatovina 거리에 있는 길거리 카페에서 우리가 주문한 것은 7종류의 크로아티아 맥주를 즐겨볼 수 있는 메뉴. 휴식 겸 낭만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메뉴. 각기 다른 향과 맛을 조금씩 느껴보는 짧은 시간들이 좋다. 이 골목에는 한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게스트 하우스도 보인다.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성 마르크 성당으로 가도 보면 만나게 되는 돌의 문. 이곳에서 기도하시는 수녀님이 인상적이다. 저 수녀님은 무엇을 기도하시는 것일까?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성 마르크 성당

성 마르크 성당은 13세기에 지어진 성당이고 지붕에는 크로아티아 문장과 자그레브 문장이 새겨져 있는 타일 지붕이 특이한 곳이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간다. 단체 관광객이 오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사진 포인트에서 인증 샷을 찍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한다. 타일로 된 지붕 그리고 세속권력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된 지붕. 이 두 가지 모두가 성 마르크 성당을 이색적인 성당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성당들에서는 세속권력을 상징하는 문장은 대부분 성당 내부에 걸려있었는데 말이다. 이 곳은 지붕을 덮고 있다. 

주인공 여학생이 되고 싶어 지는 곳 

벌써 저녁 시간이 다되어 간다. 로트르슈차크 탑 앞에서 자그레브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휴식을 취해 본다. 이 탑 주변에 ‘안툰 구스타브 마토스’ 동상이 있다. 이 동상에서 한국인 아줌마들이 사진 찍기 경쟁을 한다. 이 동상은 고등학교 여학생을 사랑해서 결혼한 선생님이란다. 다들 이 여학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가 보다. 

6시가 넘어서고 해가 지려고 한다. 자그레브 야간 관광을 즐기지 못해 아쉽지만 다시 아톰이 있는 정박지로 돌아가야 한다. 공원 주차장은 기대처럼 밤이 되자 우리 둘만을 위한 정박지로 변했다. 


영국 여행을 결정하다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해 왔던 여행 계획 중 영국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20여 일 정도로 구상하고 준비하기로 결정. 실제로는 두 배 정도 긴 기간 동안 영국 여행을 했고 계획에 없었던 노르웨이 여행도 추가가 됐다. 드디어 10박의 크로아티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내일은 헝가리로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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