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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Nov 10. 2020

나무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요!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55 - 헝가리 발라톤 호수

돈이 기념품이 되는 순간!

오늘(2019년 4월 10일)은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를 떠나 헝가리로 들어가는 날이다. 아침에 자그레브를 떠난 우리는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한다. 구릉지대의 넓은 평야를 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경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요금으로 62KN를 지불하고 20KN 정도가 남았다. 그런데 이 돈을 쓸 곳이 없다. 국경 통과할 때마다 잔돈이 남으면 아깝다. 이제 다른 곳에서 이 돈은 돈이 아니라 그냥 기념품이 될 것이다.

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국경 검문소가 있다. 아마 쉥겐협정 후보국이어서인지 크로아티아 국경에서 서류 검사(여권, 차량등록증, 보험)하고 도장을 찍어준다. 짐 검사는 차 내부를 대충 둘러보는 정도이고 개를 데리고 있느냐는 정도로 질문도 간단. 바로 붙어 있는 헝가리 검문소로 서류를 직접 넘겨준다. 그리고 헝가리 국경에서 도장 꽝! 꽝!. 그리고 통과. 국경통과시마다 약간의 긴장이 계속되지만 정말 싱겁다는 느낌이 된다.


헝가리 첫 주유소 풍경

헝가리에서는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비넷을 사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만난 첫 주유소에서 구입하면 된다. 10일 권에 7000Ft. 전자식이라 영수증만 준다. 아마 차량등록이 된 모양이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서는 비넷 차량 통행증을 차량 앞에 붙여 다녀야 하는 것에 비해 전자화된 시스템이다.

헝가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부탄가스 그리고 샤워실을 볼 수 있었다.

제주도가 생각나는 길

구릉지대에 봄이 됐음을 알려주는 유채 밭을 한동안 달린다. 제주도 유채 밭도 생각이 난다. 저절로 차를 한쪽에 세우고 사진을 찍게 된다.

유채밭이 끝없이 펼쳐진 구릉지대를 달려 도착한 발라톤 호수

헝가리 첫 방문지는 헝가리 최대 호수인 발라톤 호수의 끝에 있는 도시 Keszthely. 발라톤 호수 주변에는 많은 휴양도시가 존재한다. 공산주의가 헝가리를 통치하던 시절에는 노동조합 소유의 휴양 시설도 많이 운영되던 곳. 지금은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하다.


공원이 좋은 도시 Keszthely

일단 헝가리 첫날이기 때문에 유심부터 구입해야 한다. 다행히 시내 한가운데 유심(보다폰)을 살 수 있는 가계가 있어서 큰 고생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ATM에서 적당한 현금도 찾았다. 아톰을 Keszthely 끝에 있는 Helikton 공원 주차장에 세워두었다. 이곳은 스쿨버스가 대기하는 곳인가 보다. 그럼 안전하다는 뜻. 이제 기본적인 여행 준비 완료. 마음 놓고 발라톤 호수와 Keszthely를 즐겨보기로 한다. 우선 Helikton을 지나가 본다. 정말로 우람한 나무와 셀 수 없는 작은 꽃들과 조형물들. 가끔 산책을 즐기며 지나가는 시민들.  외부의 거센 바람도 막아줄 것 같은 깊은 숲 같은 공원. 참 편안한 공원이다.

Keszthely의 대표 명소인 페스테틱스 궁전을 찾아간다. 이 곳은 프랑스의 정형식(Formal) 정원과 영국식 정원이 같이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아마 정원은 18세기나 19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내가 철 없어지는 순간!

궁전 여행을 하면서 뜻밖에 한국 여행자를 만났다. 차를 렌트해서 발칸반도 국가를 100일 정도 계획으로 여행하고 있는 4명의 부부. 이분들은 헝가리를 시작해서 우리가 통과해온 국가들은 물론 루마니아를 거쳐 돌아오실 모양이다. 아내가 이 말을 듣더니 여행 루트를 바꾸자고 한다.

우리 계획은 7월 정도에 스페인을 가는 것이다. 그런데 더울 때에 스페인에 가지 말자는 것. 어제는 크로아티아 플리티 비체에서 만난 영국 유학 중인 부부가 영국이 너무 좋다는 말에 결국 영국을 여행루트에 포함시키는 결정을 했다. 아니 발칸 반도를 지나서 올라가고 있는데 다시 어디로 간다는 말인지! 이럴 때에는 아내가 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가끔 그런 제안 때문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되기도 한다. 30년을 넘게 살아온 부부가 어떻게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좋은 것이 있으면 안 좋은 것도 있겠지!


마음이 편해지는 보행자 도로

페스테틱스 궁전을 나와 도심을 향하다 보면 Keszthely의 한가운데에 있는 주 광장을 만나게 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인 듯 거리 보행자 도로 정비가 아주 잘되어 있다. 노란색 건물이 돋보이는 천주교 성당이나 작은 카페들이 보행자 도로를 따라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높은 현대식 건물은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노란색 외벽이 돋보이는 성당과 잘 정비되어 있는 보행자 도로

과거 명성은 죽지 않았다!

이제 아톰을 데리고 발라톤 호수가로 이동해보자. 오늘은 이곳 호수에서 잘 예정이다. 바다 같은 호수이다. 백조들이 사람들 주변에 모여든다. 관광객들에게 길들여져 있는 듯하다. 햇살만 비추면 그림 속 풍경이 될 텐데 불행하게도 오늘 계속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날씨가 별로인지 몰라도 활기찬 관광지 느낌은 들지는 않지만 과거 명성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운영 중인 호텔이나 카페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인지 호텔과 식당, 카페 들이 많이 있고 약하지만 WiFi도 있다.

 바람이 세게 불면 춥기까지 한다. 다행히도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나무들 뒤에 아톰을 세울 수 있어서 편안한 저녁과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간간히 바람 소리가 쇠, 쇠 하다가 슥슥 한다. 바람소리가 마치 나무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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