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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Nov 10. 2020

여유있는 여행을 선택하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56 - 헝가리

쇼핑센터 방문 목적은?

게스트레이 발라툰 호수 공원에서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2019년 4월 11일), 비도 오고 바람도 세계 분다. 이런 날에는 여행보다는 휴식이나 여행에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좋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아침에  개장 시간에 맞추어 SPA 쇼핑센터로 향한다. 이곳에서 여행에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구입하고 화장실일도 해결한다. 캠핑장이나 캠핑카 지원 시설이 별로 없는 동유럽 여행을 할 때에는 가능하면 캠핑카 안에서 화장실 사용을 줄여야 한다. 

쇼핑을 마쳤는데도 날씨는 아침 그대로. 여행하기 힘든 날이다. 날씨 핑계 삼아 오늘은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다시 어제 머물었던 정박지로 다시 이동. 


여행루트를 변경하면 어떨까요?

날씨를 핑계 삼아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는 오늘. 여유가 생기자 아내는 우리의 여행 계획을 변경하자고 한다. 

따뜻한 지중해를 통과해서 스페인을 거쳐 유럽 여행의 극성수기를 피해 영국이나 북유럽으로 가자는 제안. 이를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헝가리 –> 크로아티아 북부에 있는 슬로베니아 –> 이탈리아 북부지역(작년에 다녀왔음) -> 프랑스 남부지역 –> 스페인 –> 포르투갈 -> 프랑스 서부와 북부지역 -> 영국 -> 독일(그 이후는 미정)


힘들게 제안한 아내를 무시할 수 없다. 이 루트로 여행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고민해보기로 한다. 남은 여행기간과 주행거리, 비용, 날씨 등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서유럽을 한 바퀴 돌게 되는  이 루트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 고민해봤던 경로이다. 여행 중에 나는 생각보다 주행거리가 꽤 되는 이 경로를 포기하고 동유럽을 거쳐서 프랑스로 넘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아내의 제안은 크로아티아에서 동쪽으로 하루를 달려와 헝가리에 들어왔는데 헝가리 여행을 포기하고 다시 서쪽으로 가자는 제안이다. 참,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왜, 헝가리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잊은 아내

사실 지금 여행루트는 오스트리아 빈을 가기 위한 것이다. 작년에 함께 여행했던 조 선생님 가족이 빈을 꼭 가보라고 권유했기 때문에 아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 그 도시를 방문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 앞에서 돌아가자고 한다. 그래도 다시 고민해보기로 한다.   

다행히도 이곳에서는 WiFi가 된다. 고민스러운 생각을 일단 접자. 그리고 휴식을 취하면서 오랜 오래간만에 영화를 늦게 까지 보내는 호사를 누려본다. 


여유 있는 여행이 정답이야!

다음날 아침에 나는 원래 계획대로 헝가리 여행을 하는 것으로 아내를 설득한다. 왔던 길을 뒤돌아가는 것도 싫지만 장거리 주행을 하는 것도 싫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헝가리-> 오스트리아(빈) -> 독일 남부 -> 프랑스 동부와 북부 -> 영국에서 한 달 살기(영국 이후의 여행을 다시 고민하기로) 


이렇게 하면 훨씬 여유 있는 여행이 된다. 다만, 몇 나라(스페인과 포르투갈)를 방문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꼭 유럽의 모든 나라를 다녀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아내의 새로운 제안대로 하면 180일 중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쉥궨 협정 기한 내에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여유 있는 여행을 하자는 나의 제안에 아내가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그리고 차도 직접 몰고 귀국하지 않고 배로 보내는 것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내의 동의를 받고 나는 마음 편하게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로 달려갔다.

여행 마지막에 우리는 독일에서 차를 배로 보내고 남은 쉥겐협정 기한 2주일을 이용해서 비행기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했다. 여유 있는 여행도 하고 아내의 소원도 이루어진 것이다. 다만, 아톰과 이별을 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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