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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Nov 11. 2020

24시간을 다 써라!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57 - 헝가리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카드를 사다

오늘(2019년 4월 12일) 발라툰 호수를 떠난 우리는 시원한 고속도로를 달려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무사히 부다페스트 공원 무료 주차장에 주차를 시킨 후 날씨가 흐려 좋은 상황이 아니었지만 도나우 강변 산책에 나섰다.

부다페스트와 같은 대도시에서 첫날은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산책은 휴식을 겸한 주변 상황 점검을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부다페스트는 생각보다 큰 도시여서 걸어서 여행은 무리. 입장료 및 교통비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산책길에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부다페스트 카드. 이제 24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여행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부다페스트 여행을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그런데 아내는 오늘 또 날씨 일기예보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다. 내일이 구름이 낀 날씨이니까 내일은 쉬고 그다음 날부터 관광을 하자는 것이다. 나는 내일 날씨를 보고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아내는 최근에 일기에 민감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차 주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목소리에 잠을 깼다. 도나우 강변도로와 인접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용주차장이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행인 것은 밤에는 차 소리도 잘 안 들리고 사람도 없어서 잠을 청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햇살이 가끔 빛을 내어준다. 다행이다. 아내와 부다페스트 여행을 오늘 하기로 결정. 트램을 타고 도심에 있는 국립박물관을 방문한 후 왕궁 언덕에 있는 왕궁박물관, 어부의 요새를 거처 다시 시내 관광 순으로 하기로 아내와 합의. 자 이제 출발! 부다페스트 카드 첫 사용 시간은 12:00. 이제부터 내일 12시까지 최대한 부다페스트를 즐겨야 한다.


부다페스트 여행 첫날

처음 찾아간 국립박물관은 웅장한 외관에 비해 내용이 빈약해 보인다. 약간 실망스러워진다.

이제 다음 목적지로 이동. 많은 볼거리가 있는 부다 왕궁과 어부의 요새가 있는 언덕으로.

부다의 언덕으로 올라오는 푸니쿨라와 부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부다페스트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왕궁의 미술관 전시물이 나름 괜찮았다. 문제는 화장실이 유료인데 200Ft(약 750원 정도)나 받는다는 것. 부다왕궁을 거처 예쁜 외관을 가진 마차시 성당으로 향한다. 보통 성당 건물들이 좌우대칭 형태를 띠는 것에 비하면 색다른 외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을 닫고 있다. 발걸음을 어부의 요새로 향해본다. 특이한 모양의 어부의 요새는 부다페스트를 풍경화처럼 만드는 신비로운 힘을 가졌다.

화려한 외부를 자랑하는 부다왕궁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


이제 16번 버스를 타고 성 이슈트반 성당으로 향한다. 성 이슈트반 성당은 웅장함을 자랑하고자 하는 외관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성당이길래 이렇게 외관이 웅장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었을까? 과연 내부는 어떡할까? 궁금해진다. 미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기부금 200Ft를 내면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성당 안은 금색으로 매우 화려하다.  

이 성당은 헝가리 거국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초대 국왕 이슈트반을 기리기 위한 건물이란다. 단지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한 건물이라는 뜻이다. 비상업 건물 중 대규모 건물 대부분은 종교와 정치를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에 서 있었던 것이다.  


웅장함과 화려함을 극대화시킨 성 이슈트반 성당 광장과 내부

이제 저녁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아내는 부다페스트의 야간 경관도 볼 겸 도나우강의 배를 타고 싶어 한다. 어제 산 24시간 부다페스트 카드로 강변을 왕래하는 “Public Boat”를 탈 수 있다. 그런데 어디에서 타는지 알기 어렵다. 국회의사당 근처에 있다는 대중 보트 타는 곳으로 향해본다. 가는 도중에 만난 배 나온 경찰 동상이 오늘의 피로를 잊게 한다.

 

도심 중심가에 있는 배나온 경찰 동상과 대중교통으로 이용하고 있는 보트 정류장 안내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보트 정류장을 하나 찾았는데 이곳에서는 배가 오지 않고 다음 정거장에서 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역시 허탕. 그러다가 밤이 되었다. 국회의사당과 주변에 조명이 들어와 도시 야간 경관으로 유명한 부다페스트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배가 한 대 들어온다. 다행히도 아톰이 정박해 있는 곳 근처까지 가는 배를 탄 것. 보통 관광객들은 비싼 돈을 내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유람선을 이용해서 부다페스트 야간 경관을 즐기는데 우리는 무료로 이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무사히 숙소 근처에서 내려 귀환을 할 수 있었다. 아내가 원했던 완벽한 하루였다. 그런데 또 하나의 숙제가 남았다. 아직 24시간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남은 것.

힘들게 대중보트를 타고 도나우강 위에서 부다페스트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 여행 두 번째 날

내일 새벽에 부다페스트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온천장을 가기로 한 것. 이를 위해 일찍 잠을 청해 본다.

정박지 근처에서 트램 4번을 타고 Lukacs 온천으로 향한다. 일요일이었지만 오늘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처음 가본 헝가리 온천장이라 처음에 사용방법을 익히는데 어색했지만 무사히 목욕을 즐길 수 있었다.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피로가 싹 날아간다. 짐을 챙겨서 다시 귀환.

부다페스트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온천 내부와 외부

아내는 남은 시간을 활용해서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1호선을 타보자고 한다. 그래, 아내가 원하는데 그것도 못하겠는가! 120여 년 정도의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1호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아내가 신기했던지 역무원 아저씨가 아내에게 역무원 완장을 차 보라고 권유한다. 아내는 1호선에서 역무원 놀이까지 해보게 되었다. 과거의 모습을 잘 간직해서 더 정답게 느껴지는 지하철이다. 그래, 역사가 된 시설과 사람이 만나서 관광자원이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역무원 놀이를 즐겼던 1호선 지하철. 만들어졌던 당시의 모습 대부분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1호선을 타고 우리는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영웅광장으로 갔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다. 웅장함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은 공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농업박물관이 있는 버이더후냐드 성을 방문했다. 입구부터 전체가 영화 세트장 같은 공간이다. 박물관 내부를 둘러볼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서 통과. 대신에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우리는 성 주변에 있는 호수에서 햇살을 즐기기로 했다. 호수 주변에 상대적으로 많은 벤치가 놓여있다.

영웅광장
버이더 후냐드 성

이제 24시간이 다되어 간다. 부다페스트의 대표 관광지인 세체니 온천 앞에 있는 1호선을 다시 타고 귀환 길에 나섰다. 부다페스트 카드 마지막 사용시간이 11시 40분. 20분이나 남았다.

버이더 후냐드 성 앞 호수와 세체니 온천 앞 1호선으로 들어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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