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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Nov 12. 2020

햇살이 너무 좋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58 - 슬로바키아  

기분이 좋다!

부다페스트에서 24시간을 너무나 알차게 보내고 난 후(2019년 4월 14일), 우리는 슬로바키아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 에스테르곰으로 출발. 짧은 헝가리 여행을 마치는 게 너무 아쉬워 국경 도시에서 하루 쉬어갈 계획이다. 

에스테르곰으로 가는 길에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남은 헝가리 돈을 모두 소진했다. 항상 돈이 남으면 쓰지 못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대 성공. 기분이 좋다. 

가는 길은 평평한 구릉지대가 끝없이 펼쳐지고 유채꽃밭이 이어진다. 유럽 대륙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도 조금씩 얇아지고 있다. 

헝가리 남은 돈을 모두 소진하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러 구입한 식료품과 에스테르곰 가는 길 풍경

석양 노을이 좋은 작은 도시 - 에스테르곰

에스테르곰에 도착하니 어느덧 4시 30분. 휴식 후 강변 산책에 나서본다. 강에는 부다페스트로 떠나는 배 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배로도 부다페스트를 갈 수 있는가 보다. 

국경 도시라기보다는 강변의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일 뿐 사람 인적이 드문 도시이다. 강가에서는 평화롭게 석양이 지고 있다. 간단한 저녁을 먹고 나니 성당에 조명이 들어온다.   

오늘 밤을 이곳 성당 앞 공영 주차장에서 보낼 것이다. 밤이 되면 유럽의 작은 도시들처럼 매우 조용해진다.   

조용하고 저녁 노을이 예뻤던 조용하고 작은 도시 에스테르곰

햇살이 따뜻해지다!

이른 아침에 에스테르곰 대성당 탐방에 나섰다. 햇살이 따뜻하다. 날씨가 좋으면 우리 기분도 좋아진다. 여행에서 날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볼거리도 그냥 그렇게 된다. 날씨가 좋으면 하늘도 예쁘고 건물도 예쁘게 보인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대성당은 과거 요새로 사용했던 성 주변에 세워져 있다. 아직 성당이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둘러보기로 한다. 성당 옆에는 Royal Castle이라는 건물이 있다. 아마 이곳은 이곳을 통치하던 귀족이 살았던 곳이었나 보다. 이 건물 옆으로 과거 성문으로 사용했을 문이 있다. 이 성에서 도나우 강을 내려다보며 오고 가는 배들을 감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강 건너편이 슬로바키아이다. 오래간만에 아침 햇살이 너무 좋다.

아침 햇살이 좋았던 에스테르곰 성당 주변 풍경

다리를 건너 슬로바키아로!

에스테르곰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슬로바키아. 다리 위에 슬로바키아 국경임과 슬로바키아가 유럽 연합 국가임을 알려주는 표시가 걸려있다. 저 표시를 지나면 다른 나라가 된다. 슬로바키아는 쉥겐 협정 국가이므로 무사통과.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로바까지는 오늘 중에 충분히 직접 가도 되는 거리이다. 브라티슬로바를 방문하고 다음 목적지가 오스트리아 빈이다. 그런 일정이어서 슬로바키아를 너무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중간에 하루 쉬어가기로 결정. 브라티슬로바가는 길의 중간 지점 정도에 있는 바흐 강변을 끼고 있는 살라라는 작은 도시. 그래도 이곳까지 가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살라까지 가는 동안 산이 보이지 않는 평원이 이어진다. 

다리 위에 국경 표시가 걸려있고 산이 보이지 않는 평원을 2시간 정도 달려 살라에 도착했다.

시직이 말을 안 들으면 구글을 시켜요

살라에 도착했는데 내비게이션 시직이 이상한 지점으로 데려다준다. 바로 저 옆인데 시직은 계속 다른 길을 알려준다. 이럴 때에는 비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지만 구글이 더 정확하다. 구글을 통해서 다시 검색해보니 정식 도로가 아닌 공원 도로를 따라 안내해 준다. 덕분에 강변에 있는 주차공간으로 무사히 도착. 아톰을 강변 적당한 곳에 주차를 시켜놓고 주변을 살펴본다. 

주변 뚝방길에서 운동하는 사람, 아이들과 낚시하는 사람, 아빠가 잡아준 물고기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친구들과 산책하는 사람들. 강에는 가끔 새들도 놀 다간다. 정말로 평화로운 곳이다. 

캠핑카 여행의 행복한 순간

우리도 이 강변을 즐기기 위해 산책길에 나서 본다. 강변 산책로 주변으로 큰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날씨가 따뜻한 오늘. 정말로 캠핑카로 이런 강변 공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다. 캠핑카 여행만이 할 수 있는 여유롭고 행복한 순간이다. 밤이 되면 이 공간이 모두 우리를 위한 공간이 된다. 

 저녁에 되자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아톰과 우리만이 남았다. 그러나 외롭지 않다. 밤하늘에는 달과 별들이 우리를 외롭지 않게 해주고 있다.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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