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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Nov 14. 2020

지나친 자긍심이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60- 오스트리아 빈(첫날)

고속도로 비넷을 다시 구입

오늘부터는 두 번째 오스트리아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내비게이션을 지정하니 쭉 뻗은 길을 달린다. 오스트리아 국경 입구에서 고속도로 통행증인 비넷을 구입했다. 2018년 여행 때에는 9유로였는데 이곳에서는 9.2유로이다. 비넷을 파는 곳의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이 나온다. 이런 곳에서 가끔 간단하게 머리를 감기도 하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한다. 머리를 짧게 하고 다니면 가능한 일이다.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면 드넓은 평원에 대규모 풍력발전기가 이곳이 유럽의 한 가운데임을 알려준다.

말을 탈 수 있는 공원에서 정박을 하다

비넷을 사고 나서 캠핑카 아톰은 풍력발전기가 대규모로 있는 평원지대를 지나 빈의 외곽에 있는 Lusthaus라는 커다란 공원으로 달린다. 이 공원에는 승마장이 있고 숲 속의 길들은 말을 타는 길이 된다. 중앙대로에는 넓은 직선도로가 있고 그 직선 도로 옆 나무 그늘이 드려져 있는 또 다른 직선 길이 있다. 조깅을 하는 사람,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서 인지 평화로워 보인다. 이곳이 빈의 2박 3일 여행 동안 우리를 편안하게 품어줄 정박지이다. 주변에는 이미 캠핑카 1대가 이미 정박 중이다. 더욱 좋은 것은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아톰을 정박시키고 빈 1일 차 여행을 떠나본다.     

공원 길에서 승마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캠핑카들도 정박해 있다.

새로운 감흥이 필요해지는 시간

아내가 빈에 꼭 와보고 싶었던 이유는 모차르트 음악공연을 보기 위한 것이다. 반면에 내가 빈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는 훈데르트바서하우스를 보기 위한 것이다. 2박 3일 동안 빈 여행 스케줄을 잘 짜야한다. 

일단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빈 시청을 시작으로 여행을 시작해 본다. 빈 시청 건물 앞에 1741년에 연회장으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만든 부르크 극장이 있다. 오스트리아가 유럽의 대국이었음을 말해주는 듯 한 규모와 위엄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런 건물들을 작년부터 계속해서 보니 감흥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계속하면 좋은지 모르게 되는 것과 같은 듯하다.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예쁘게 변화는 빈 청사건물과 부르크 극장

트램을 타고 오페라 하우스 앞에 있는 빈 음악협회로 가서 스탠딩 모차르트 음악 공연 티켓(1인당 15유로)을 사고 남은 시간 동안 주변을 여행을 하기로.

빈음악협회 인근에 있는 Karlskirche 교회. 거대한 돌기둥이 교회 앞에 떡 버티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교회 앞에 있는 분수대를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다리를 쉬어본다. 그러면서 빈을  짧은 시간 본 것이라 무리한 추측일 수도 있지만 빈은 웅장함으로 도시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Karlskirche 교회와 주변 상가 모습

한국이 생각나는 순간

이색적인 현대건물인 라스하우스. 벽 겨울에 비친 슈테판 대성당이 이색적으로 다가오지만 감흥이 크게 오지 않는다. 슈테판 대성당 주변에는 단체 한국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탈리아의 두우모를 보는 느낌인데 사암으로 만들어져서 전체적으로는 어두운 느낌이 들지만 지붕을 타일로 만들었다는 점에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금장식을 한 성 페터 성당. 정교한 실내 장식이 매우 화려하다. 아마 빈에서 가장 화려한 종교 건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슈테판 대성당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빈의 최대 번화가라는 케르트너 거리를 방문. 쇼핑몰에서 화장실을 찾는데 미로 찾기이다. 그리고 남자 소변기가 달랑 2개. 이곳 사람들은 화장실을 안 가는가 보다. 정말 한국은 화장실의 천국이다. 

라스하우스와 슈테판 대성당

자긍심이 폭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발길은 호프부르크 왕궁을 거쳐 아내가 원하던 모차르트 음악공연을 보러 가보자. 

호프부르크 왕궁

공연은 8시 15분에 시작. 모차르트 시절의 복장을 한 오케스트라가 신나게 공연을 시작한다. 우리가 산 표는 스탠딩 표. 즉 좌석 뒤에 서서 음악공연을 보는 표다. 이런 스탠딩 표라는 것을 판매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돈으로 2만 원 정도 하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서 있다. 이 건물은 무도회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라 음악 전용건물과 달리 평면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앞사람이 막아서면 뒷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긴 시간의 공연 동안 서서 들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대도 보이지도 않는다. 싼 값에 공연을 보려는 사람을 위해 입석표를 파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공연 관람 환경은 갖추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어서 스탠딩 관객 절반이 중간에 나가버렸다. 

빈 음악협회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공연장 입구가 있다.

화려한 모차르트 음악이 귀에 들리지 않고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매우 심각한 항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마 문화시설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편의 기준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두 시간 가까운 공연 내내 들게 된다.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서는 입장을 위해 몇 시간을 서서 기다리도록 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여행했던 곳 중  이탈리아 소피치 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대표적인 곳이다.  자신이 최고였던 나라가 가지는 문화적 자긍심이 너무나 강해서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공급자인 자신들의 시스템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아닌지? 그로 인하여 다양한 소비자에 대한 포용력을 축소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브런치 다른 에세이 글에서 이탈리아 소피치 박물관 운영 방식이 문화 권력의 폭력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유럽, 특히 과거 강대국이었던 나라들이 좀 더 소비자인 일반 시민들에게 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시 가까이 되어서 공연은 끝이 났고 늦은 밤이 되었지만 아톰이 있는 Lusthaus 공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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