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81 - 영국 Exmoor 국립공원
오늘(2019년 6월 3일)은 Clovelly에서 8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Exmoor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지난번에 갔단 곳은 Dart Moor 국립공원. Moor가 무슨 뜻일까 궁금해 찾아보니 황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가는 Exmoor 국립공원 또한 Dart Moor와 비슷한 환경일 것이라 짐작된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주차장만 떡 있으면 곤란하다. 가능하면 주차장에 주변 트레킹도 할 수 있고 화장실까지 있는 곳이 좋다. 다행히도 우리 여행 경로 상에 그런 곳이 있다.
어제는 내비게이션 Maps.me가 좁은 농로길로 안내를 하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요령을 부려보기로 한다. 영국에서 큰 도로 이름에 A가 붙어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루트에서 적당한 2개 지점을 중간 지점으로 선정하여 모든 경로가 “A”자가 붙은 도로만을 따라가도록 설정하였다. 의도대로 큰 도로만을 따라간다. 성공.
평지에서는 제법 속도가 난다. 그러나 국립공원 안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길도 좁아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리고 커브 길의 연속이다. 덩치 큰 아톰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처럼 좁은 농로를 들어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니 비가 내린다. 며칠째 오전에 비가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하는 수 없다. 이럴 날에는 그냥 쉬어야 한다. 영국에 들어와서 런던 여행 며칠을 빼고는 계속 쉬어가는 여행이다.
주차장은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지점에 있다. 정말로 국립공원 풍경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Dart Moor는 야생 초원지대 느낌이 강한 곳인 반면 Exmoor는 울타리가 처져 있는 초원지대 느낌이다.
많은 차들이 들렀다 가는데 대부분 노인들이다. 친구들과 오픈카를 몰고 와서 사진 찍고 가는 노인들. 아내의 뒷모습을 찍어주고 아내에게 제대로 찍혔는지 확인까지 하는 노인. 모두 젊은이들이 하는 사진 찍기 놀이와 비슷하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해가 모습을 보여준다.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가까운 거리라도 산책에 나서본다. 이곳 역시 전부 푸른 초지와 양들만 보인다.
그러다 외로이 있는 농가가 나타난다. 그런데 농가 입구에서 개 한 마리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길바닥에 벌러덩 배를 보이면서 누운다.
'아니 이건 뭐지!'
'이놈의 개를 예쁘다고 해주어야 하나. 어찌하면 좋을까? '
"너도 사람 보기 힘들었나 보다. 아무에게나 이렇게 반가워해주다니. "
여행 중에 참 많은 개들을 만나게 된다. 여행 중에 대화를 나누어 본 사람과 만난 개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목줄에 매어 집에 있는 개들은 하나 같이 사람들이 지나가면 짓지만 길거리에서 만나는 개들은 하나 같이 사람을 따른다. 그런데 이놈은 그중에서 가장 격렬하게 우리를 반겨준다.
"그래. 고마워."
우리는 개에게 정다운 인사를 건네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한 시간 가량의 산책을 마치고 아톰에게로 돌아왔다.
바람이 덜 부는 곳에 아톰을 이동시키고 나서 정박 준비를 한다.
그런데 며칠 째 머리를 감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에는 캠핑장을 들어가는 것이 좋은 선택 중 하나인데 주변에 적당한 곳이 없다. 그래서 비상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서 약 5리터 정도의 물을 길어다가 약간 데워서 머리를 감는다. 그것도 아내와 내가 함께. 물을 극도로 아끼고 재활용하는 아내의 치밀한 작전(?)을 통해 우리 머리는 깨끗해지고 시원해졌다. 조금 번거로운 작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하기 어렵지만 이런 여행 중에는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캠핑카 여행 중 하루에 5리터의 물로 음식과 설거지가 충분히 해결 가능한 기술을 사용해 왔다. 왜냐하면 언제 물이 떨어질지 모르고 공급 받을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된다.
며칠 전 해남 집에 수도가 얼어서 이웃집에서 길어온 2리터의 물로 음식과 설거지를 해결하는 기술을 사용해보았다. 아무리 부족한 상황에서도 즐겁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 배양. 캠핑카 장기 여행이 우리에게 선사 해준 지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