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87 - 영국 스코틀랜드 Crianlarich
어젯밤에 같이 정박했던 캠핑카에서 주무셨던 노인 한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정박지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분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실제로 우리와 같이 무료 정박지나 공용주차장 등을 활용하는 장기 캠핑카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노인들이니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왔어요?”
“네.”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간단하게 우리의 여행 경로, 즉 한국에서 차를 배에 실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다음, 시베리아 횡단을 한 후 지금까지 10달 정도의 여행 경로를 설명드렸다.
“크루즈 여행 때(올해 5월이라고 말씀하신 듯) 한국의 제주도에 갔었어요.”
한국을 방문했던 경험 때문에 친근한 느낌이 드셨나 보다. 우리도 동양인을 보기 힘든 곳에서 중국인을 만나도 엄청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분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국 땅에서 서로 친근해질 수 있는 작은 것만 있어도 서로에게 호의적인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서로 여행에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바란다는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또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오늘은 스코틀랜드 여행 2일째(2019년 6월 11일). 본격적인 스코틀랜드 여행이 시작되는 셈. 이제부터는 도로 환경이 어떨지 모르는 상황. 오래간만에 에어펌프를 꺼내 바퀴 공기압을 체크한다. 앞바퀴 양쪽 공기압을 같게 맞추고 뒷바퀴에 빠진 공기도 넣는다. 한동안 공기압 체크를 하지 않아도 될 듯. 조금 안심이 된다.
인근에 있는 수력발전소(Inveruglas)가 있는 호수가를 거쳐 검은색 물이 떨어지는 Falloch 폭포를 방문하고 나서 Crianlarich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때가 되었다.
Crianlarich에는 1873년에 건설된 기차역이 있다. 이 기차역까지 런던과 Glasgow에서 22개 열차가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지금은 West Highland Line 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 기차역은 주변 산이나 평원으로 떠나는 트레킹의 출발지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는 짐을 옮겨다 주는 “Baggage Transfer”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광고가 붙어 있고 작은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 마을은 북쪽과 서쪽 방향으로 트레킹 코스가 연결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점심을 하고 나서 주변 산책에 나서본다. 그냥 발걸음이 가는 데로 가본다. 표지판에 River and Rail Trail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조금 가보니 갑자기 넓은 자연 하천이 나타난다. 정말로 우리가 스코틀랜드의 풍경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음이 순간 평화로워지고 기분이 그냥 좋아진다. 철도만 없으면 아무런 인공물이 보이지 않아 자연 그 자체로만 보이는 이 하천과 주변 산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이 들리다 사라지고 나면 잔잔한 물소리와 바람소리만이 나의 귀를 음악을 들려준다.
옛날 이 하천 길을 따라 저 깊은 초원 들판과 계곡으로 트레킹을 떠났을 아니 지금도 떠나고 있는 사람들 무리가 상상이 된다. 그들은 이 계곡에서 어떤 마음의 위안을 받았을까?
그러나 이곳에서는 정박이 허용된 주차장이 없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5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Glen Finglas 방문자 센터로 향한다.
도착하니 벌써 4시. 캠핑장 분위기 나는 주차장이 있다. 방문자 센터가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몰라도 오고 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주변으로 가벼운 산책을 다녀오니 주차장에는 아톰만이 남아있다. 오늘은 쓸쓸하게 우리만이 이 넓은 주차장을 차지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Glen Finglas 저수지 방향으로 나 있는 1시간짜리 트레킹 코스를 잡아 나서본다. 정말로 깊은 산속의 원시 자연에 와 있는 느낌의 연속이다.
일정 구역을 지나면 사유지이거나 목장 경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직접 열고 닫고 다니는 구간도 있다. 간혹 나타나 나는 집 앞에 지나가는 사람이 사가라는 달걀. 6개에 1파운드. 매우 저렴한 가격. 그런데 1파운드 잔돈이 없다. 아쉽지만 사진만 찍고 돌아와야 했다. 아마 이 계란은 이 지역으로 트레킹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간식을 준비해 왔다면 더 깊은 곳까지 트레킹을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그냥 가볍게 산책에 나섰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에 돌아가야 했다.
돌아올 때에는 Brig O’Turk라는 마을을 지나왔는데 이곳은 19세기 말 리얼리즘과 자연주의 화풍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던 Glasgow Boys들이 여름 캠프가 열렸던 곳으로 유명한 예술비평가이며 사회비평가였던 Ruskin 이 활동했던 마을이란다. 왜 Glasgow Boys들이 이곳에서 여름 캠프를 열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만큼 이곳은 낭만적으로 보면 가장 천국과 가까운 곳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스코틀랜드 수도인 Edinburgh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작은 도시 Linlithgow에서 하루 밤을 보낸 후 내일 아침에 일찍 Edinburgh로 들어갈 계획이다. 그런데 저녁에 비가 내린다. 또다시 캠핑카 안에서 지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