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광민 Mar 23. 2021

기쁜 날에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94 - 벨기에 Antwerpen

딸을 만나러 가야 한다

오늘(2019년 6월 30일)은 플랑드르 파의 탄생지였던 Brugge와 Gent를 거쳐 브뤼셀의 작고 조금은 허무했던 오줌싸개 동상과 Classic Car 동호회 모임이 열렸던 Grand-Place Grote Mark 등을 방문하고 나서 서둘러 가야 하는 계획이 있다. 그 계획은 한국에 살고 있는 딸을 만나 Antwerpen에서 2박 3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딸과 만나는 계획에 맞추기 위해서 조금은 무리한 여행 스케줄이 되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딸이 6월에 스위스에 출장을 오게 돼서 잠깐 시간을 내어 우리를 만나러 오는 것이다. 용돈도 부족할 텐데 비행기표를 자비로 끊어서 오는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맙다.

새벽에 잠깐 시간을 내어 방문했던 Gent
여름 축제가 열리고 있었던 브뤼셀 Triumphal Arch
브뤼셀 이모저모

딸과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라면

오늘은 일요일인데 차선을 막아놓고 공사를 하는 곳이 많고 복잡한 지하도로 때문에 공항 가는 길을 조금 헤매야 했다. 다행히도 공항에 시간에 맞추어 잘 도착. 캠핑카가 들어갈 수 있는 야외 주차장은 시간당 4유로. 선영이가 공항 수속을 빨리 끝내고 나와서 1시간 안에 출발. 선영이를 태우고 Antwerpen(안트베르펜)으로 출발한다. 

중간에 간단한 점심을 하고 나니 오후 3시쯤이 되어서야 Antwerpen을 가로지르는 강가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 2박에 55유로나 한다. 이런 비싼 돈을 내고 캠핑장에 들어온 이유는 단 하나. 딸 선영이와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이다. 아주 좋은 캠핑장은 아니지만 조금만 나가면 Antwerpen 도심으로 가는 배가 다니는 곳이 있다. 그 정도면 만족. 

Antwerpen 캠핑장에서 휴식과 캠핑장 앞에 있는 도심으로 들어가는 보트 선착장

한국인 부부와 저녁도 함께

저녁에는 며칠 전 생일이었던 딸을 위해 미역국을 만들었다. 오전에 오줌싸개 동상에서 만났던 한국인 부부와 재회를 해서 같이 미역국을 먹었다. 이 분들은 1달 계획으로 자동차 여행을 하고 계시는 중. 해외여행 한번 못하고 일만 해온 남편을 위해 큰마음먹고 아내가 계획한 여행이란다. 서로 여행이 잘 끝나기를 기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에 그분들과 커피 한잔을 나누고 헤어졌다. 

우리는 딸과 그동안 못했던 수다를 떨면서 점심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Antwerpen 여행보다 딸과 소중한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할 일 있다. 내일 떠나는 선영이를 위해 브뤼셀 공항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해야 한다. 그래서 중앙역으로 출발. 요금은 12유로. 생각보다 저렴한 편. 가볍게 아빠의 마음으로 결제.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중앙역부터 천천히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중앙역 주변의 풍경과 배 위에서의 풍경

Antwerpen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Antwerpen에서 아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유럽의 유명한 성당이나 박물관 등을 10개월가량 보다 보니 지금은 예쁜 성당이나 건물들이 나와도 큰 감흥이 오지 않는다. Antwerpen에도 가볼만한 곳이 많은 도시지만 그런 곳을 찾아 가보고 싶은 욕심이 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꼭 찾아간 곳은 “our lady ”성당. 성당은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다. 다행히도 아내가 보고 싶은 것은 성당 앞에 있는 파트라슈 동상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대성당 앞에 있는 파트라슈와 네로 동상을 보는 순간 아내와 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보통 동상은 주변에서 잘 보이도록 높은 곳에 세운다. 그런데 파트라슈 동상은 네로와 파트라슈가 길바닥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이불을 덮고 함께 누워있다. 바로 대성당 정문 앞 길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다. 


“이렇게 찬 흙 위에서 죽었겠구나!”


작가가 덮어준 흙 이불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왜, 이렇게 가슴이 저려오는지 모르겠다.

대성당 앞에 최근에 새로이 설치된 파트라슈 동상

 딸이 사준 저녁을 두고도 눈물이 계속 난다

이 동상은 왜 나와 아내의 가슴 깊은 곳을 먹먹하게 만들까? 선영이가 아내의 눈물을 닦아준다. 만화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널리 알려져 있는 파트라슈와 네로. 이 성당 앞에서 얼어 죽어야만 했던 그 시대 상황.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시대 상황은 지금 없어졌나? 아니면 현재 진행형일까? '


다 큰 선영이가 우리를 위해 저녁을 산단다. 대성당 앞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저녁과 맥주를 주문. 이제 딸이 다 커서 부모에게 이국 땅에서 저녁까지 사주게 되었다. 얼마나 대견하고 기쁜 일인가. 그럼에도 아내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고여 있다. 

다음날 아침에 선영이를 중앙역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다음 여행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떠났다. 

작가의 이전글 여유로운 노르망디 해안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