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33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잘츠 구도심에 있는 미라벨 정원은 모차르트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입장료가 없다는 특징도 있지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촬영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해보는 것도 추억이 될 것이다.
궁전 건물에서 산 위의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보이는 방향으로 잘 정돈된 정원이 길게 펼쳐져 있다. 이 정원은 아름다운 분수와 사각형 잔디밭에 수놓아진 꽃들이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비록 규모가 황제정원처럼 큰 정원은 아니지만 유럽의 작은 궁전의 전형적인 정원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라벨 궁전 정원에서 보면 시선의 끝이 호엔 잘츠부르크 성을 향하고 있고 성에서 보면 궁전이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갑자기 두 개의 공간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환청이 들린다.
먼저 산꼭대기의 호엔 잘츠부르 성이 소리친다.
" 옛날에 내가 권력의 중심이었어."
그러자 미라벨 정원이 응답한다.
"그래. 산 꼭대기에 있는 너는 죽은 과거의 권력이야. 이제 새로운 세상의 권력은 평지에 있는 나야."
권력 공간이 산에서 평지로 내려왔음을 한 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원. 그 정원이 바로 미라벨 정원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미라벨 정원은 과거에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공간이기보다는 늦가을의 따뜻한 햇살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산책 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왜냐하면 정원 이곳저곳을 살펴보면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여러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10월 말인데도 미라벨 정원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그 절반은 중국 관광객이고 그다음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다들 바쁘게 움직인다. 언제까지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까? 사진에 무엇을 담아가고 있을까? 두 개의 공간이 서로 권력을 자랑하는 이야기를 듣고 갈 수 있는 여유가 아쉽다.
잘츠 카드를 맨 처음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을 찾았다. 이 성은 12세기에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17세기까지 증축되었다고 한다. 성에는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잘츠 카드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후니쿨라(왕복 12유로/인)라고 하는 일종의 산악열차 같은 것을 타고 올라간다. 시간이 된다면 내려올 때 걸어 내려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점점 도심 풍경이 작아진다. 어느새 도착한 성. 성 뒤쪽으로 가면 넓은 초원과 저 멀리 높은 산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보이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톰이 쉬고 있는 정박지도 찾아보고 헬브룬 궁전 위치도 찾아본다. 풍경 좋은 곳에는 항상 카페가 있다. 좋은 자리는 꽉 차있다. 아쉬운 마음으로 성 안으로 들어가 본다. 성 안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중세 시대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에 대한 안내 표지판도 이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중후한 느낌의 색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 덕분에 화장실 안내 사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늦어서 박물관 안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건물 안에 있는 좁은 통로의 내부 일부를 볼 수 있었다. 조금은 답답한 느낌을 준다. 이 성은 과거 최고 권력자인 잘츠부르크 대주교가 살았던 곳이다. 오스트리아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대주교의 황금 거실 등 사치스러운 방이 있다고 한다. 원래 이 성은 산 꼭대기 절벽 위에 군사용 목적의 요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 내부가 그리 넓지도 않다. 침략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나는 그 당시에 밑에서 여기까지 올라 다니는 일도 큰 일이었겠다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말을 타고 다녔을까, 아니면 걸어 다녔을까?’
‘자주 내려가지는 않았겠지?’
‘이 좁은 성에서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참 재미없는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성 안에서 구도심 방향 쪽으로 내려오면 구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 아래에 이 성을 대체하는 새로운 권력 공간들이 있었던 잘츠부르크 대성당, 미라벨 정원이 보인다. 많은 관광객들이 그 성당과 주변을 내려 보면서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내(관광객)가 가장 높은 이 성의 주인공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맥주 한잔을 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