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36 -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가는 길
호수가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으로 유명한 할슈타트는 잘츠부르크에서 80km가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에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그러나 할슈타트로 가는 일반도로 인근에는 Mondsee, Attersee, Wolfgansee와 같은 예쁜 호수들과 마을들이 함께 있다. 대부분의 단체관광객들은 할슈타트만을 목적지로 하지만 자기 차를 몰고 간다면 이 호수들도 함께 가보면 좋은 추억이 된다. 우리는 고속도로보다는 이 풍경들을 즐길 수 있는 루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두 달간 캠핑카 아톰의 여자 친구로 지내온 내비게이션 시직에게 첫 번째 목적지로 Bad Ischl 바트이슐을 입력한다. 바트이슐은 할슈타트에 들어가기 전 큰 도시이며 온천 휴양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할슈타트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예정이다.
시직은 잘쯔 시내를 통과하는 길을 선택해 준다. 시내를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가파른 산악길이 심상치 않다. 아직 오스트리아 들어와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니 일단 믿고 가보자. 가다 보니 산 위 작은 마을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그리고는 아예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간다. 참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또다시 나타나는 커다란 도로. 이 여자 친구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믿을 만한 친구는 너 밖에 없는 걸 어떡하겠는가!
다행히 큰길로 나오니 그때부터는 좋은 도로들이 이어진다. 1시간가량을 달리다 보니 삼거리가 나온다. 표지판을 보니 왼쪽으로 가도 바트이슐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도 바트 이슐에 갈 수 있다. 아직 시간이 충분한 상황. 조금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차는 긴 터널을 지난다. 터널이 끝나는 순간 호수가 나타나고 피크닉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보인다. 오래간만에 캠핑카의 덕을 보는 순간이다.
오늘은 10월 29일이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고 있기 때문인지 피크닉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좋은 품질의 화장지까지도 있는 깨끗한 공중 화장실도 있고 맑은 물이 있는 호수로도 걸어갈 수 있는 곳이다. 오스트리아라는 선진국의 인프라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날이다. 날씨가 따뜻하면 캠핑카로 정박하기에 정말로 좋은 곳이다. 그러나 뒤의 높은 산 때문에 이곳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밤이 되면 매우 추워질 장소이다. 차 안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호수가 산책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호수를 끼고 나 있는 좁은 도로를 빠져나오니 넓은 도로가 나오고 차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20여 분도 안 지나서 아까 본 호수보다 훨씬 커 보이는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 물이 정말로 옥색 빛이다. 호수가의 좁은 공간에 주차장이 보인다.
"당연히 쉬었다가 가야지. "
아침에만 벌써 두 번째 휴식을 취해 본다. 또 아쉽지만 여기서는 정박이 불가능한 곳. 다시 출발.
이제 차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단풍들과 계곡을 따라 난 트레킹 코스들이 계속 이어진다. 강원도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산을 넘어가니 바트이슐이 나온다. 마트에 들러 고기와 음식물을 사고 마트 앞에 있는 캠핑카에 전기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공공 주차장에 들렀다. 비상용 물까지 거의 다 사용한 상태이기 때문에 빨리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 다행히 1유로로 차 안의 물탱크(80리터)와 비상용 물통(20리터와 5리터짜리 4개)을 가득 채웠다. 총 120리터의 식수가 확보되었다. 이제 며칠 동안은 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날씨만 영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말이다. 캠핑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캠핑카를 위한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진 오스트리아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할슈타트에서 물 걱정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할슈타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항상 시간을 잡아 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 캠핑카를 가지고 돌아가면 마음 편하게 캠핑카 여행을 장기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