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37 -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할슈타트는 아름다운 마을 풍경으로 너무나 유명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오스트리아 대표 명소이다. 유럽의 아름다운 호수 마을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잘츠부르크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원래 계획보다 많이 늦게 도착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캠핑카 정박지를 찾아야 한다. 잘츠부르크를 출발하기 전에 나는 도심에 있는 유료 캠핑장에서 하루 밤을 보낼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찾아간 유료 캠핑장은 비수기이어서 인지 문을 닫았다. 차를 돌려 인근에 있는 도심의 공용 주차장을 찾아 가본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높이 제한 때문에 캠핑카가 들어갈 수가 없다. 정말로 난감하다. 벌써 할슈타트의 작은 도심을 두 번째 돌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내 중심에서 한참 떨어진 관광버스 주차장 쪽으로 이동해 본다. 그런데 이 곳은 유료 주차장인데 버스만 들어갈 수 있다는 표시가 입구에 걸려 있다. 어찌하겠는가. 호수가를 따라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본다. 마음이 불안해진다.
'적당한 정박지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꽤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몇 대의 차들이 주차해 있다. 일단 아톰을 주차시키고 나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 상황 파악에 나섰다. 요금을 징수하는 기계는 설치되어 있지만 차단기가 올려져 있고 전원도 들어와 있지 않은 상태이다. 성수기 때에만 요금을 징수하는 공용 주차장인 듯하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는 캠핑카 한대가 홀로이 서 있다.
먼저 다녀왔던 버스 주차장은 바닥이 지저분했는데 이곳은 나름 깔끔하고 바로 옆에 호수가로 나갈 수 있는 잔디밭이 있고 벤치도 놓여 있다. 저 멀리 호수 너머로 할슈타트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지금 사용하지는 않지만 호수 이용객들이 사용하는 샤워실도 있다. 샤워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 보니 안에 있는 화장실은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이다. 나중에 자세히 안내 간판을 들여다보니 이곳은 호수에서 스쿠버다이빙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만큼 물이 맑은 곳이라는 뜻이다. 이 정도면 최고의 정박지 요건을 갖추었다. 조용하고 쉴 수 있는 호수가와 잔디밭, 저 멀리 최고의 풍경, 화장실까지.
저녁때 누군가가 차 뒷문을 두드린다. 혹시 경찰이 온 것은 아닐까? 문을 열어보니 경찰은 아니고 어떤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이시다. 뭔가 걱정이 있는 얼굴이다. 주차장 입구로 나를 데려가시더니 그곳에 있는 표지판을 가리킨다.
‘NO Camping No Camper’
우리는 이것을 보지 못했었다. 이분도 우리처럼 캠핑카 여행을 하고 계신 부부이다. 남편분은 여기서 정박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본인은 걱정이 된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신다. 성수기에 이곳은 아마 낮에 캠핑카 주차는 가능하지만 밤을 보내는 것은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주차장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곳 아닌가.
“내 생각에 이곳에서 불 피우고 하는 캠핑은 안되지만 단지 정박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우리 같이 여기서 하루 밤을 보내죠.”
이 말에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차로 돌아가셨고 우리 모두 편안한 밤을 보냈다.
그다음 날 아침, 두 분이 먼저 출발하시면서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어 서로의 안전한 여행을 빌었다. 사실 이곳 말고도 호수가 주변에 크고 작은 주차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캠핑카 정박하시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내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루할 때까지 머무르자고 한다. 원래 1박만 할 계획이었는데 2박으로 늘어났다. 맑은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 빛도 정말 아름답다. 저 멀리 보이는 할슈타트 마을의 야경도 그림처럼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걸었던 호수가 산책길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지루한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유럽 여행에서 지루할 수 있는 자유는 캠핑카 장기 여행이 우리에게 준 특권이며 선물이다.
오늘은 우리 결혼기념일이다. 외국에서 맞이하는 결혼기념일이라니! 그것도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수 마을 할슈타트에서 말이다. 할슈타트가 우리를 축복해주는 날이다.
마을은 크지 않기 때문에 단체관광객들의 체류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입구에서 마을 끝까지 걸어가는데 30여분이면 충분하다. 원래 이 마을은 육로로 난 도로가 없었던 마을이다. 호수가가 전부 절벽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지였다는 의미이다.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까지 오는 기차역도 사실은 할슈타트에 있지 않고 호수 건너편에 있다. 기차가 도착하면 배를 타고 건너와야 한다. 지금도 차로 오려고 하면 호수 절벽 위로 난 긴 터널을 통과해야만 들어올 수 있다. 마을 안쪽 길은 차 한 대 정도가 다닐 수 있는 길이고 그 끝은 지금 버스가 다닐 수 있는 큰길과 만난다. 지금 마을 길은 지역주민들 차량만 다닐 수 있다. 터널 길이 생기기 전에는 아마 이 길로 차가 다녔을 것이다.
마을 안으로 조금 들어가면 마을 풍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소위 “Postcard Angle” 지점이 나타난다. 많은 관광객들이 할슈타트 마을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경쟁이 심하다. 호수와 닿아있는 집들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하면 사진에 더 잘 담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얼굴이 어떻게 하면 잘 나올까? 그런데 해가 마을을 바라보는 시선 앞 쪽에 있다. 얼굴 뒤로 배경을 넣으면 내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냥 마을 풍경만 찍으면 그런대로 나오지만. 전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 지점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를 마친 후에 다시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그러나 시간에 여유가 있는 일부 관광객들은 마을 안쪽과 위쪽으로의 탐사를 떠난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문 앞의 낙엽이 치워져 있지 않은 집들이다. 지금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집에 있는 선착장에서 여가용 보트를 타고 호수로 직접 나갈 수 있고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정원이 있는 집들이 낭만적으로 보인다. 여름이나 성수기일 때에는 휴가를 오거나 관광객들에게 빌려주는 집들이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런 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증을 뒤로하고 마을 위에 있는 성당으로 가본다. 성당 앞에는 공동묘지가 있어서 묘지를 가꾸고 계신 분들이 많이 보인다. 성당은 그리 크지 않지만 여기서 보는 마을 풍경도 꽤 아름답다. 다리도 쉴 겸 안으로 들어가 본다. 그런데 이 성당은 다른 성당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성당은 큰 성당이든 작은 성당이든 그 크기와 관계없이 내부가 3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가운데 예수상을 중심으로 제일 큰 제단이 세워져 있고 그 양 옆으로 하나씩 제단이 있다. 그래서 신자들이 앉는 좌석도 크게 3개 공간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 성당은 2개만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성당에 걸린 주신의 자리에 예수가 아닌 다른 성화가 걸려 있다.
성당에서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폭포와 만날 수 있다. 사실 이 폭포는 버스가 다닐 수 있는 터널이 통과하는 지점에 있다. 차로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걸어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간혹 자가용을 몰고 오시는 분들이 폭포 앞에 있는 주차장에서 잠깐의 여유를 가지시는 곳인가 보다. 이곳에서 폭포 위로 더 올라가면 할슈타트의 소금광산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 전망대 지점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욕심부리면 탈이 난다. 아직 아내 다리가 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천히 호수로 내려와 편안한 우리 아톰으로 돌아왔다. 벌써 저녁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