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65 - 이탈리아 티볼리 가는 길
리베로 캠핑장에서 밀린 빨래를 하고 건조기로 뽀송뽀송하게 말린 옷으로 갈아입고 쾌적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로마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티볼리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타기 전까지 길 대부분이 투스카나 지역의 전원 풍경이 아름다운 산길이다. 언덕 위로 올라갔다 구비 구비 굽어진 길들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톰을 세우고 경치를 구경하기에는 비가 많이 온다. 이 때문에 풍경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산악지대를 지나니 차는 성녀 설화로 유명한 볼세나 호수를 끼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2시간 정도 지나자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조금 쉬어가야 할 시간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캠핑카 오물을 버릴 수 있는 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아톰도 오물을 버릴 수 있는 근처에서 잠깐 쉬어가 본다.
다시 힘을 내어 고속도로를 달린다. 잠시 후, 불길하게 엄청난 속도로 경찰차가 아톰을 앞질러 나간다. 그 불길한 기운이 잠시 후 현실이 되었다. 차들이 속도를 줄인다. 천천히 가더니 터널 안에 들어왔는데 아애 서 버린다. 조금도 움직이질 않는다. 아마 교통사고가 난 것이리라.
차가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시동을 끄는 차들이 보인다. 나도 따라 시동을 끈다. 로마에 시간에 맞추어 가야 하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연락하느라 바쁘다. 차에서 내려 운동도 하고 터널 밖 상황을 살펴보고 오기도 한다. 30여분이 지나도 상황은 변화가 없다.
그 순간 갑자기 터널 안에서 박수소리와 노래가 들린다. 그것도 여러 명이 하는 합창이. 미니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깃발과 응원도구를 들고 차에 내려서 그 심란한 터널에서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아마 로마에 자기 팀 응원하러 원정 가는 것인가 보다. 그 소리를 듣고 다른 차에 있던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더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부른다. 터널 안이라 응원가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응원가는 차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1시간 조금 넘게 어두운 터널 안에서 갇혀 있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즐거운 응원가 덕분에 그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차가 이제 움직인다. 터널을 나와 보니 커다란 트럭과 승용차 간 충돌사고 현장이 나타났다. 러시아를 포함해서 유럽 전역에서 트럭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트럭이 내 생각보다는 빨리 달리는 느낌이었고 우리가 목격한 교통사고 대부분은 트럭과 관계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1년간 교통사고 없이 안전하게 캠핑카 여행을 마친 것에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