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휴식의 만남-노천온천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64 - 이탈리아 사투르니아

by 류광민

일을 했으면 쉬는 것은 당연한 일!

시에나에서 하루 정박하면서 아시시를 거쳐 로마 근교 도시인 티볼리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했다. 아시시 대신에 가기로 한 곳은 사투르니아이다. 가는 길이 조금 험하긴 해도 자동차 여행이 아니면 가보기 힘든 곳이고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여행 중 휴식이다. 스위스 Saillon에서 따뜻한 온천 목욕을 한 지 10일이 넘었다. 목욕도 해야 하고 조금 쉬어가야 한다.

여행이 일상이 되면 여행 자체가 일이 된다. 일을 하면 당연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것이 여행일지라도 말이다. 아톰이 달리면 출근하는 길이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리는 회사에 도착한 것이다. 아내는 가끔 ‘오늘 일 나가야지’라고 농담까지 한다. 사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3일이나 4일마다 호텔에 들어가 쉬어가기로 했었는데 욕심 때문인지 그게 잘 안된다.


리베로가 리베로 캠핑장을 찾았어요!

사투르니아에는 노천 온천이 있다. 그것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노천 온천 입구에 있는 도로변 주차장은 폐쇄되었고 안쪽에 있는 공용 주차장은 높이 제한 바가 걸려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 높이가 2미터 이상인 캠핑카는 주차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아마 주변의 캠핑장에서 민원을 넣어서 그런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 추측해 본다. 분명 이전에 캠핑카가 이용했었다는 정보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인근의 캠핑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온천에서 걸어 다닐만한 거리이다. 찾아간 캠핑장은 ‘Libero’ 캠핑장. 아톰은 현대 리베로로 만든 캠핑카다. 리베로가 리베로 캠핑장을 방문했다. 이런 인연도 없다.


사투르니아 노천 온천 즐기는 방법

나는 반바지를 속에 입고 아내도 반팔 윗옷과 반바지를 속에 입고 캠핑장을 출발한다. 수건과 커다란 담요, 갈아입을 속옷을 가방에 넣고 신나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도착한 온천에는 평일이고 비수기라 그런지 이방인이 함께 즐길만한 여유 공간이 있다.

이곳에 탈의실이나 화장실은 없다. 입구에 지금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작은 매점들만 있다. 아마 주말에는 사람들로 꽤 붐비는 것 같다. 별도의 탈의실은 없기에 우리도 옷과 신발을 벗어 비닐을 덮어 한쪽에 놓아둔다. 다들 그렇게 하니 불안하지 않다.

20181123_120106.jpg 사투르니아 노천온천 전경. 방문객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주로 와서 온천을 즐기고 있다. 연인끼리 온 친구들은 최대한 구석진 자리를 찾아 둘만의 시간을 즐긴다. 우리도 물 깊이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물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아서 나는 눕다시피 해서 따뜻한 온천물을 즐겨 본다.

내 눈 앞에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풍경이 좋다. 여유로운 물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물 온도는 스위스 온천보다 높지만 뜨거울 정도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이 너무 좋다.

점점 몸이 따뜻해지고 10일 동안 쌓여있던 때가 자연스럽게 밀려 나온다. 때는 세게 흐르는 물에 흔적도 없이 흘러 나간다. 따뜻한 노천 온천 물속에서 팔과 다리, 몸통 마사지를 한참 하고 나니 몸이 날아갈 것 같다. 흘러가는 때처럼 여행으로 지친 내 마음도 가벼워진다.

이제 남은 일은 옷을 갈아 입고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분들처럼 가져온 커다란 담요를 원통으로 만들어 임시 탈의실을 만든다. 수건 한 장으로 완벽한 탈의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젓은 옷을 벗고 가져온 속옷으로 갈아입는다. 머리는 마른 수건으로 대충 털어도 된다. 온천 때문에 주변이 모두 따뜻하기 때문이다. 오늘 남은 시간은 모두 휴식시간이다.

리베로가 있는 리베로 캠핑장으로 돌아가자! 젓은 빨래는 캠핑장에서 세탁기를 이용해서 세탁을 했다. 물 냄새가 옷에 베어 있어서 빨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신나고 즐거운 하루다. 장기 여행 중 가장 신나고 즐거운 것은 이런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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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에 들어가기 전과 나온 후의 모습. 얼굴에 한결 생기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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