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62 - 이탈리아 시에나
중세시대에 만들어져 높이 경쟁을 한 탑들이 남아있는 이색 도시 산지미냐노에서 1박 2일을 보낸 우리는 시에나로 향한다. 시에나까지는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시에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하는 캄포 광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광장인지 궁금해지는 곳이다.
시에나 구도심은 산 위에 있기 때문에 아톰을 그곳으로 데려갈 수 없다. 일단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구도심으로 연결시켜주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공영주차장. 이곳은 낮에 청소차량이 주차를 하는 곳인가 보다. 시에나에 있는 무료 정박지 중 좁은 곳이지만 캠핑카에 대한 안전사고에 대한 언급이 없는 곳이었다. 아직까지 캠핑카에 대한 보안사고는 없었지만 항상 신경 쓰이는 일이다.
시에나 구도심은 유럽의 다른 중세도시처럼 산 위체에 있다. 아톰을 정박시킨 공영주차장에서 캄포 광장까지는 거리가 조금 된다. 구도심의 중심부인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성문으로 사용했던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 성문을 통과하면 산 위로 올라가는 골목길로 이어진다. 좁은 느낌의 경사진 골목길이 이색적으로 보인다.
경사가 꽤 있는 이런 곳에 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이색적인 골목이지만 여기에 사는 사람이라면 조금 답답할 듯하다.
힘을 내어서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경사진 골목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넓은 길이 갑자기 나타난다. 그곳에는 화려한 상점들이 줄지어 서있다. 관광객을 상대로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산지미냐노보다 더 화려하고 활기가 넘친다. 아마 산지미나노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훨씬 큰 도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 캄포 광장으로 가는 길에 늑대 젖을 먹고 있는 아이 동상이 서있다. 저 동상은 어떠한 스토리를 담고 있을까? 시에나와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 동상은 시에나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시에나와 많은 관련이 있는가 보다. 한번 검색해볼까.
참고 : 로마를 건국한 로물르스의 아버지가 동생 아물리우스에 의해 왕위를 빼앗기고 엄마인 공주 레아 실비아의 모습에 반한 마르스 신과 그녀 사이에 쌍둥이가 생기는데 이 아이들이 로물루스와 레무스. 아물리우스는 이 쌍둥이를 바구니에 담아 강물에 버리고 암컷 늑대가 이 쌍둥이를 키웠다. 훗날 이 쌍둥이가 작은 아버지인 아물리우스를 굴복시키고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데 또 이 쌍둥이끼리 대립하여 전쟁이 나고 이 과정에서 쌍둥이 중 한 명인 레무스가 죽고 로물루스는 팔라티움 언덕에 도시를 세운다. 이 도시가 로마란다. 죽은 레무스의 두 아들이 로마에서 늑대 상을 훔쳐 달아나 나라를 세웠는데 두 아들 중 한 명의 이름이 세니우스인데 그의 이름을 따서 새로 세운 국가의 이름을 시에나라고 했다.
이 시에나 건국신화가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보다는 시에나 건국신화가 로마라는 거대 도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고 아울러 다양한 신화적 상상력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자신의 뿌리가 수천 년의 영광을 지닌 거대 도시 로마라면 그 자식에 해당하는 시에나 또한 다른 도시에 비해 영광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캄포 광장 그리고 이탈리아 여행 중에서 만난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 대성당이 있는 시에나. 도시의 영광스럼움에 대한 열망이 아직도 살아있는 도시인 것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캄포 광장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광장의 시계가 벌써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캄포 광장에는 부챗살 모양으로 벽돌이 깔려있다. 시에나를 구성하는 부족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궁전을 향해서 한 지점으로 시선을 모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자연스러운 경사가 있어서 편안하게 중앙에 있는 궁전을 바라볼 수 있다. 캄포 광장은 왕에게 백성의 시선을 집중, 즉 권력을 집중시키는 장치이다. 따라서 캄포 광장은 시선의 정치 무대이다.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시선의 정치 무대인 캄포 광장 주변을 감싸고 있는 카페에 앉아 이 무대 장치를 관람한다. 이제 광장의 주인은 궁전의 주인이 아니라 관광객이다. 우리도 광장에 비치는 햇살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지만 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이다. 시에나 대성당 쪽으로 서둘러 가보자.
시에나 대성당은 캄포 광장보다 나의 시선을 더 잡아끄는 곳이었다. 정말로 화려한 성당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성당은 12세기부터 만들어서 14세기에 완공되었다. 우리가 다녀왔던 피사 대성당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고 1339년에 세계 최대 성당으로 재건축하려고 했으나 흑사병 때문에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한다.
이 성당의 외관은 흰색과 검은색, 분홍색 대리석을 활용해 만들어졌고 밀라노 두오모 성당처럼 외벽이 아주 세련된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다.
성당 전면은 그야말로 현란한 조각품 그 자체이다. 그중에서 특이한 것은 신화에서나 나올만한 소, 말, 사자 등 동물 조각상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성인들이나 예수, 성모마리아 동상이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시에나 대성당에서 유독 신화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될만한 조각상이 많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늑대 신화의 도시 시에나가 화려한 도시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바탕에는 상상의 신화가 숨 쉬고 있으니 그 신화적 상상력이 성당과 만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신화가 종교와 만나고 다시 도시와 만나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시에나는 아직도 신화의 화려한 도시이다.
대성당 외관의 화려함을 충분히 감상 한 뒤, 성당에 입장하기 위해 표를 사러 가본다. 입장권을 파는 건물이 별도로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했을 때 문 닫기 직전이다.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아쉽지만 성당 안과 성당 밖에 있는 대성당 박물관과 관광안내소가 있는 국립 고고학 박물관 관람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들어갔다 나온 관광안내소나 밖에서 흘끔 쳐다본 고고학 박물관 건물 내부의 화려함이 과거 이 도시의 화려함을 짐작하게 한다. 다른 여행자들의 블로거를 보면 대성당 내부의 화려함은 외관 못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