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포 광장 놀이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63 - 이탈리아 시에나 캄포 광장

by 류광민

시에나 캄포 광장이 내 앞에 있는데?

시에나 캄포 광장에 들어설 때, 흐렸던 날씨가 잠시 맑아진다. 관광가이드북이나 블로그에서 자랑하던 캄포 광장,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광장이 내 눈 앞에 있다.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지는 각자의 평가겠지만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감흥이 크게 오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정치적 상징의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9개로 구분된 부챗살 모양 조각들이 이색적으로 보인다. 9개는 이 광장을 만들 당시, 통치기구였던 9인 위원회를 상징하는 것이란다.

이 광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하나의 극장처럼 보인다. 광장 앞 쪽에 있는 푸블리코 궁전과 경사진 반원형 광장의 구도가 마치 원형극장과 많이 담아 있다.

극장의 주인공은 관객이 아니고 무대 위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이 광장을 채우는 시민들은 관객이고 극장의 무대에 해당하는 궁전의 주인이 극장의 주인공이 된다. 이 광장의 주인공은 시민이 아니었다라는 결론. 그 결론을 뒤집는 게 혁명이었으리라. 그래서 많은 혁명이 광장에서 시작되지 않았겠는가.


캄포 광장을 즐기는 방법

이런 광장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햇살을 즐기며 광장 위쪽에 오랜 시간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분수대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 광장에서 놀아볼까? 캄포 광장을 찍은 사진들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종류이다. 그 하나는 광장 앞에 있는 푸블리코 궁전의 탑에 올라서 아래로 찍은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광장 뒤 편 상가 쪽에서 궁전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9개 조각 문양이 얼마나 예쁘게 나오느냐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상점 앞에서 궁전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보면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해진다. 궁전 앞 부채꼴이 합쳐지는 지점에 서 본다. 아까 보던 모습과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위에서 볼 때는 직선이 한 점에 모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보면 직선이 평행선에 가깝게 보인다. 앞의 면적과 뒤 쪽의 면적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다.

광장 원 주변에서 보면 반원 중앙에 시선이 모이지만 중앙에서 보면 부채살 모양의 선이 직선으로 보인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아내와 나는 한동안 시선 놀이에 빠져버렸다. 이런 착시 현상을 미리 알고 설계한 것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우연은 아닐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시대에 시선의 정치학은 작동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이런 시선 장치는 어떠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언제가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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