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중세 도시!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61 - 이탈리아 산지미냐노

by 류광민

산 위의 중세도시

전원 풍경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투스카니 지역에 있는 산지미냐노는 고대 중세도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이탈리아 고대 중세도시들 대부분이 산 위에 있는데 이 곳도 역시 그렇다. 산지미냐노는 피렌체에서 시에나 방향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나타난다.

가는 길마다 산 언덕에 고성들이 자주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톰은 피렌체에서 시에나를 연결해주는 큰 도로를 벗어나 포도밭으로 덮여 있는 구릉지대를 지난다. 한 시간 가량의 주행 끝에 저 멀리 언덕 위에 산지미냐노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탑으로 유명한 곳

이 도시는 중세시대에 지어진 높은 탑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11세기에서 13세기경에 부자들이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탑을 높이 세웠다고 한다.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주교가 일정 높이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였튼 70개가 넘었다는 탑이 지금은 10개 정도 남아 있다고 한다.

건물 위로 높이 솟은 탑 기둥이 산 위 성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다 세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중세도시에 비해 높은 탑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 그 덕분에 산지미냐노는 매우 독특한 분위기의 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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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으로 들어서면 마치 중세도시로 갑자기 들어온 느낌을 준다. 그리고 높이를 자랑하는 여러개의 탑들이 중세도시 모습을 더 이색적이게 만든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수직 문명

사실 하늘로 높은 건물을 세우고자 하는 경쟁이 과거 산지미냐노에서만 일어났겠는가! 그러나 산지미나뇨는 물론 로마 인근 지역에서 하늘 높은 곳을 상징하는 수직과 관련된 풍경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산지미나뇨 인근을 여행하다 보면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줄 지어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유독 많이 눈에 뜨인다. 비록 사이프러스 나무가 이 지역에서만 키우고 있는 정원수는 아니지만 큰 정원을 가지고 있는 집집마다 한결같이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다. 보통 나무들이 아래가 넓고 위로 갈수록 빼족해지는 것과 달리 정원에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는 멀리서 보면 커다란 푸른 기둥이 땅에 박혀 줄지어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산지미나뇨의 수직 탑이 도시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듯이 말이다. 높은 탑을 세웠던 배경에는 수직 문명에 대한 욕망이 문화로 그 사회에서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 문화적 흔적이 산지미나뇨 인근과 가까운 로마 지역에서 정원수를 통해서 살아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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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인근에서 만난 소나무 가로수와 시프러스 정원수들

로마나 로마 인근 지역에서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비슷한 현상이 있다. 의외로 로마 도심에는 가로수나 정원수로 활용하는 소나무가 많이 보인다. 그런데 소나무 위 부분을 제외하고 아래 부분은 모두 제거하여 날씬한 모습으로 가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는 통행에 문제가 되는 아래 부분 정도만 자르고 위 부분은 넓게 퍼지도록 놔두는 것에 반해 정원수나 가로수로 가꾸는 이 지역 소나무들은 한결같이 모두 날씬한 미인들이다. 이처럼 이탈리아는 수직 문명의 영향이 정원에서 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나라로 보인다.

이러한 수직 문명의 영향이 이탈리아나 중세시대 산지미나뇨에서만 있었던 것은 분명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도 100층이 넘는 빌딩을 세우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경쟁은 끝날 줄 모르고 있다. 탑 높이 경쟁이 산지미냐노의 영광을 지속시키지 못한 것처럼 높이 경쟁은 허무한 일이다. 그럼에도 산지미냐노는 현대 인류 문화에 수직 경쟁 문화가 잠재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음도 함께 보여주는 곳이다.


주민의 목소리가 들려요

비가 오는 날이지만 차 안에 있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한번 길을 나서본다. 성문을 들어서면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건물들로 가득 찬 길이 나타난다. 문 밖에는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는 현대 세상인데 문 하나를 넘으면 한 순간에 중세시대로 들어와 버린다.

기념품 가계, 와인 가계 등이 문을 열고 있다. 오늘은 관광객이 적어서 인지 몰라도 지역주민들이 서로 주고받는 목소리가 너무 잘 들린다. 아직도 이 마을에는 지역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겨우 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정원을 가진 집들이 있다. 그리고 골목 사이로 산지미냐노의 명물 탑들이 솟구쳐 보인다. 저절로 탑을 보기 위해 눈이 하늘로 향한다. 저 탑 위에 올라가면 하느님과 가까워지려나!

이 탑들은 산지미냐노의 중심 두오모(성당) 광장 주변에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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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발걸음은 그 광장의 또 다른 주인 성당으로 향한다. 이 성당은 다른 성당에 비해 조금 특이하다. 보통 성당 내부 기둥은 일정한 양식으로 통일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성당 안의 기둥이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참 신기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성당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만 추측해 본다.

그 궁금증을 뒤로하고 큰길을 벗어나 골목 쪽으로 들어가면 성벽 끝이 나온다. 그리고 그 성벽 쪽 작은 도로를 따라 조금 들어가면 투스카니 풍의 전원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나온다. 그런데 지금도 비가 내린다. 사진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예쁜 전망을 다시 볼 수 없을까? 그래 내일 아침에 다시 와보자. 그러기 위해서 오늘 이곳에서 자야겠지.


5리터의 시원함

다행히 아침 햇살이 좋다. 약간 추운 날씨지만 물을 조금 데워서 머리를 감았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아내와 나는 물 5리터로 머리를 감는 비법을 만들어냈다. 집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스위스 도로 휴게 공원 화장실에서 손을 씻기 위해 버튼 한번 누르면 그 수도에서 나오는 물이 5리터 정도 된다. 실제로 한번 체크해 보았다. 손 한번 씻는데 소비되는 정도의 물로 두 명이 머리를 감는 것이다. 참 대단한 일 아닌가! 머리를 감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5일장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시원하게 어제 갔던 길을 다시 올라가 본다. 두우모 광장에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 마을에 대형슈퍼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5일장과 비슷한 시장이 열리는 것 같다. 이곳과 상황이 비슷한 마을에서도 이런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어디에서 오셨는지 많은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의 목소리로 광장에 활기가 넘쳐난다. 판매 품목도 다양하다. 옷가게, 빵 가게, 과일 가게 등 정말로 많은 가게가 들어서 있다. 그 중에 유독 손님이 많은 가게가 있다. 각종 고기를 구워서 파는 대형 푸드트럭이다. 직원 3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손님 주문을 받고 포장해서 내준다. 대형푸드 트럭을 가득 채웠던 고기가 금방 동이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우리도 그곳에서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꼬치 구이 2개(개당 3유로)를 샀다. 살도 두툼하고 양도 꽤 될뿐더러 맛도 그만이다. 우리는 그 꼬치구이로 점심을 해결했다. 아내는 과일가계에서 크고 이쁜 사과를 9개나 샀다.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된 사과 사냥에 대한 추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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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오모 광장을 가득 채운 5일장 시장 분위기

아쉬운 전망 포인트

어제 봐두었던 전망포인트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예쁜 고양이가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이런 풍경이 투스카니 풍경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낮은 구릉이 한 없이 이어지고 그 구릉에 크고 작은 포도농장이 있다. 그렇게 우리의 시선은 저 멀리 산 구릉을 향한다. 머리를 들어 하늘 높이 수직 탑을 보았던 감정은 어느덧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 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공기중에 수증기량이 많아서 인지 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진이 덜 예쁘게 찍히는 것이다. 건조하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사진이 정말 예쁘게 찍히겠지. 그렇다고 여기서 계속 있을수는 없다. 쉥겐 협정 때문에 한달 정도 이내에 그리스를 넘어 터키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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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전망 포인트.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지만 사진이 충분히 담지 못했다.

정말로 차이가 날까?

성안으로 들어오는 버스가 다니는 문인 산 조반니 문 방향으로 나와본다.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대회에서 일등했다는 가계에는 관광객들이 줄 지어 서 있고 다른 아이스크림 가계에는 손님이 없다. 두 가계 아이스크림 맛을 브라인드 테스트 해보고 싶다. 정말 긴 줄을 서면서까지 사 먹어야 할 정도의 맛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성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벌써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쳐난다. 성문 밖 주차장에서도 관광 버스에서 내리는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 작은 중세도시까지 중국인들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시에나로 출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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