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무는 곳-8

클레마티스

by 박용기
121_3034-s-Where my eyes stay-8.jpg 시선이 머무는 곳-6, 클레마티스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 마음도 머뭅니다.

홍천의 식당 마당 구석에서 만난

하얀 클레마티스가

봄 저녁에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던 기억을 뒤로하고

5월도 저물어갑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반짝이는 저 아이의 눈매에

제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올해에 만난 꽃 중에서도

마음에 오래 남는 꽃입니다.


김형술 시인의 아름다운 시처럼

가슴에 잔잔한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은

봄 저녁에 만난

아름다운 꽃입니다.




봄 저녁 시냇가에서/ 김형술


푸른 물기 머금은 별들

자작나무 흰 가지마다 피어나는 저녁

들릴 듯 안 들릴 듯 희미한 물소리

어둠 속으로 길을 냅니다


아무 기다림도 없는 마음으로

누가 이리 깊은 적막을 풀어 놓는지

오늘 밤은 아마도 저 별들을

하나도 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적막이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모르냐는 듯 출렁이는 별들의 눈빛

차마 마주 대하지 못하고

오래 전에 묻어 버린 이름 하나만

등 뒤에다 감추고 돌아섭니다


시간 속에 숨겨 놓은 한 시절 햇빛

눈 시리게 화안한 웃음, 뒷모습

그 모든 슬픔 잠든 꽃무덤 하나

누구의 가슴엔들 없으랴마는


꽃내음 지천 흩어지는 이런 저녁엔

그저 물소리만 따라 걸으며

가만가만 발끝만 헤아립니다


꽃잠 고요한 어둠 속을 따라오는

눈매 푸른 별 하나

애써 외면하며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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