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추
도시의 건물 사이
작은 화단에 피어난 비비추는
석양빛에 벌써 꿈을 꿉니다.
멀리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없지만
동네 곳곳에도 꽃이 핍니다.
아파트 단지 화단에,
길거리에,
그리고 주택의 담장 너머와
교회 앞 작은 화단에도.
좀 늦은 학원시간에 맞춰
외손녀를 데리러 가
기다리는 시간 5분 동안
학원 앞 교회 화단에서
석양빛에 물든 비비추를 만났습니다.
건물 사이로 스미는
석양빛의 따스함이
기다란 꽃대 위에
꿈처럼 드리워집니다.
밀레의 그림 '이삭 줍는 사람들' 속의 석양빛처럼
아름다운 석양빛 속에서
감사함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비비추 하나를 사진에 담고 싶었습니다.
도시의 비비추/ 김승기
어찌 한바탕 꿈이었겠느냐
윤사월 오후
깊은 산사의 뜰
가부좌로 앉은 비구니
눈꺼풀 위로
무겁게 내려앉는 햇살
타탁
내려치는 죽비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꽃잎 세우던,
모든 것이 그리움뿐이었겠느냐
누가 가냘프다 하느냐
콘크리트 복사열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
색 바랜 몰골의
도시로 내려온 비비추
메마른 땅에서도
끈질기게 이어나가는 목숨이어야
터 잡는 곳이 고향이 된다는 걸 모르겠느냐
찾아보면 도심에도 많은 꽃들이 있어
함께 씨 퍼뜨리며
한 마당 춤판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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